전문의 부족 재이송 허다
응급의료 시스템이 개선 절실
119구급대를 통해 이송되는 환자가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해 재이송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되풀이고 있다. 의료인력과 병상 부족으로 응급환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어 지역 응급의료시스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제주지역 119구급대 응급실 재이송(1차·2차) 건수는 43건으로 집계됐다.
응급실 수용불가 사유를 보면 전문의 부재가 27건(62.7%)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제주지역 119 구급대 응급실 재이송 건수는 2020년 184건, 2021년 206건, 지난해 230건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문의 부재로 응급실이나 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사례는 200건에 달한다. 병상부족은 105건이다.
119구급대가 전화로 수용이 어렵다고 통보받은 사례까지 포함한다면 ‘응급실 뺑뺑이’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성 국회의원(국민의힘·비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병상부족 등으로 지난해 300분 이상 입원이 지연된 사례는 1건(341분)이다. 또 200분 이상 입원이 지연된 건수는 2건, 150분 이상 지연된 건수는 16건이다.
이와 함께 응급 수요 증가 등으로 중증외상 환자가 신고 후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중증외상 및 다수사상 통계를 보면 제주지역 중증외상 환자의 이송에 소요된 시간은 2018년 31분, 2019년 32분, 2020년 33분으로 나타났다.
119 구급대원 A씨는 “병상과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자를 재이송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셀 때에는 구급차 나가면 3~4시간이 기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병상이 부족했다”며 “응급환자의 경우 이송시간이 길어질수록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황이 급박할 경우 병원에서 받아 주지 않았지만 밀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응급의료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응급의학학과 전문의 B씨는 “응급실 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다. 낮은 처우, 업무 강도, 지역 기피 등으로 인력 수급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떠나는 의료진을 잡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보상과 필수의료를 하고 있는 데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