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쌓인 소원지와 들불축제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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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지난주에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과 제주도민들이 들불축제에 써 넣은 소원지 5만여 장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인근 창고에 가득 쌓여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들불축제기간인 지난 3월 9일부터 12일까지 다른 지방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산불경보 3단계가 발령돼, 결국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와 달집태우기 행사가 취소됐다,

달집과 함께 소원지도 태웠었는데, 불 놓기 행사의 취소로 소원지가 창고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제주시는 이달 말 새별오름 광장에서 소원지를 불태우려고 했으나 산림청이 제지에 나섰다.

산림청이 산불조심 기간인 다음 달 15일까지 불 놓기 관련 행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제주시는 산불조심 기간 후에 새별오름 앞 광장에서 소원지를 태울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올해 들불축제에서 불 놓기 행사가 취소된 가운데 들불축제 존폐론이 도민 사회에서 일고 있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시작되었다. 당시 신철주 북제주군수는 수복강녕과 풍요, 액운 타파 등을 기원하는 의미로 애월읍 어음, 구좌읍 덕천을 거쳐 2000년 4회부터 고정적으로 새별오름에서 열리고 있다.

축제 기간도 당초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리다가, 겨울 추위와 강풍 등으로 인해 3월로 옮기게 됐다.

오름 전체가 활활 불에 타는 장관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지역육성축제, 유망축제, 우수축제, 최우수축제, 문화관광축제 등에 선정되면서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1년에는 구제역 때문에,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열리지 못했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불 위험 때문에 오름 불 놓기 행사가 취소되면서 반쪽짜리 축제라는 비난과 함께 들불축제 자체의 존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축제기간 중인 지난달 11일 열린 제주들불축제 발전방안 포럼에서 한 교수는 “들불축제로 인한 미세먼지와 주변 환경피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환경을 고려한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부에서는 화려한 불의 향연을 위해 인위적으로 오름 사면에 기름을 붓고, 화약과 폭죽까지 동원하면서 탄소배출, 미세먼지 발생 등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매년 인위적인 불 놓기로 과거 오름을 뒤덮었던 키 큰 억새와 잡목, 가시덤불 등 새별오름 본연의 모습은 사라지고, 잘 가꿔놓은 전원주택 마당처럼 ‘곱디고운’ 모습으로 변모해 버렸으며, 주변 산림생태계와의 단절을 지적하며 들불축제 폐지론이 나오고 있다.

반면 과거 목축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20년 넘게 도민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축제로 들불축제의 전통을 살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유지론도 만만치 않다.

애월에 지역구를 둔 한 도의원은 “들불축제는 지역 관광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축제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존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였던 들불축제가 지금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최근에는 한 정당에서 들불축제에 대해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가 제기되면서 숙의형 논의를 통해 들불축제의 존폐 여부가 시민들의 손에 의해 결정되게 될 전망이다.

제주들불축제에 대한 정체성과 방향성을 재검토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시킬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에 대해 행정당국은 도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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