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시 주된 사망원인이 되는 흡입 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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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화재 현장에 노출된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연기(smoke)를 흡입하게 되어 있다. 이들 연기는 100여 가지 이상의 유해한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화상을 입은 당사자와 이들을 구조하는 사람(소방구급대원 등) 모두에게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난 경우 가능한 한 숨을 깊게 들이 마시지 말고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아 일산화탄소와 유독 가스에 의한 흡입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즉시 넓은 공간으로 대피해야 한다. 한편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공기 중의 산소가 1/2에서 1/3까지 감소하고 일산화탄소 농도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일산화탄소는 산소에 비해 혈액 내 혈색소와의 친화력이 200배 이상이기 때문에 산소 대신 빠르게 결합함으로써 인체 조직에 산소 공급을 차단해 심한 저산소증을 유발하게 되어 화재 현장에서 화염에 의한 화상과 흡입 화상을 동반하는 경우는 사망률이 2배 정도 높아진다. 일반적으로는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몸을 숙이면서 이동하는 등의 응급상황 대처를 잘 수행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흡입한 연기의 온도가 높거나 흡입하는 유해물질의 독성이 높은 경우에는 기도폐쇄, 호흡부전 등의 심각한 호흡기적 이상을 동반하게 된다. 심한 흡입 손상 환자는 여러 물질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발생된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이 폐 깊숙이 침투해 화학성 세기관지염, 기관지수축 등을 일으키며 기관지 점막의 섬모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기도 분비물 청소기능이 저하되므로 폐에 물이 차게 되는 폐부종과 기도 분비물 축적에 의한 폐렴, 호흡부전 등을 일으켜 사망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흡입 화상(Inhalation injury)은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발생 시 가열된 가스, 증기, 뜨거운 액체 혹은 유독한 불완전 산화물의 흡인으로 인해 손상을 받은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대개는 빌딩 혹은 자동차 화재 동안에 발생한 화학물질에 기도와 폐가 노출됨으로써 생긴다. 초기에는 정상적인 호흡양상을 보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폐기능 부전 및 호흡기 감염으로 이어져 환자의 예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화상 환자에서 흡입 손상 존재의 유무 확인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화상 환자에서 흡입 손상이 있으면 기계호흡에 의한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화상 환자의 예후를 반영하는 중요한 인자로 인식되기도 한다. 흡입 손상의 빈도는 연구자마다 또는 대상 환자들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나 입원치료를 요하는 화상환자의 약 20%에서 흡입 손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흡입 손상의 진단은 질환의 중증도, 임상 증상 및 전문 치료병원으로의 전원 등의 치료방침을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화상 환자를 평가하고 접근할 때 초기부터 흡입 화상에 대한 임상적 의심과 진단적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밀집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화상을 입은 경우 불에 그을리거나 탄 코털, 얼굴과 코·입 안쪽과 입주변의 화상, 쉰 목소리, 검은 탄소가루가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이 있다면 흡입화상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임상적으로 화상을 입은 지 4~7일이 지나 호흡곤란의 증세를 보이면 심한 흡입 화상의 가능성이 높고 사망률도 높아진다. 그러므로 화재를 겪었다면 흡입 화상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차적으로 흡입 화상이 있는 환자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되면 고압산소 탱크 시설이 있는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야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없는 상태에서 기도폐쇄, 호흡부전 등의 심각한 호흡기적 증상이 있으면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를 위해 24시간 기관지내시경이 가능하고 전문적인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으면서 전문적 화상치료가 가능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진찰과 처치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왜냐하면 중환자실 입원치료가 필요한 중증 흡입 화상의 치료는 호흡곤란과 폐부종을 방지하기 위해 집중적인 환자의 모니터링과 함께 세심한 수액요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기도점막의 이차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 습기가 가미된 충분한 산소공급과 화상에 의한 부종으로 인한 기도폐쇄에 대한 기도 유지와 인공호흡기 치료, 기관지내시경을 사용한 기관지폐 세척과 필요한 경우 기관절개술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난 화재사고에서 사람들을 구조할 때 반드시 흡입 화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호흡양상의 변화나 기도폐쇄 등의 증상이 있는 지 세심하게 지켜보면서 일단 중증 화상 환자 진료가 가능한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일반화상에 대한 응급처치(①깨끗하고 차가운 물로 상처부위를 식힌다. ② 소독된 거즈나 깨끗한 수건으로 상처를 감싼다. ③가급적 물집을 터뜨리지 않는다. ④가능한 빨리 병원을 방문한다)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생명과 후유증에 직결된 흡인 화상에 대한 진단과 응급처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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