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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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 논설위원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환경을 위해 1970년에 제정되었으며 2016년 지구의 날에는 지구온난화 방지 기후협약인 파리 협정 서명식도 있었다. 모든 생명의 모체는 지구이며, 우리 개개인의 세상살이는 어머니에게서 비롯된다. 그런데 지금 지구는 병이 깊고, 곳곳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비탄에 잠긴다.

지난 달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을 방문했더니 식민주의와 근대화, 도시화, 산업화, 국제화를 겪으며 인류와 지구에 일어난 현상과 부작용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작가 팡록 술랍의 목판화 연작 ‘광주 꽃 피우다’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주제였다. 꽃다발을 안은 여인이 아우성치는 청년들을 바라보는 목판화는 당시에 희생당한 젊은이들의 어머니를 표현한 것이었다.

안데르센의 동화 ‘어머니’는 죽음이 아이를 데려가자 그 행방을 따라 나선 어머니의 여정을 그린다. 밤은 아이에게 부르던 모든 자장가를 다 불러줘야 길을 가리켜 주고, 갈림길에 가시나무 덤불은 가슴에 안아서 어머니의 따뜻한 핏방울로 녹여줘야 방향을 알려주며, 호수는 어머니의 두 눈을 받고서 건너편 ‘죽음’의 온실로 보내준다. 온실을 지키는 할멈은 어머니의 검은 머리칼을 자신의 백발과 바꾼 후 온실 속의 식물들이 사람의 심장을 갖는다고 말해준다. 꽃들 중에서 자기 아이의 심장 소리를 찾아내지만, 예고된 미래의 불행에서 아이를 구하려고 어머니는 죽음에게 아이를 맡기며 순종한다.

저항할 수 없는 외부의 힘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 굴복하며 무너지는 어머니가 지상에 없는 날이 단 하루라도 있을까.

또한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 벽 한 면에는 광주의 고려인 마을과 고려인이 걸어온 길을 다루는 영상이 올려져있었다. 광주 고려인 마을이 생긴 것도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발단이었다. 고려인 여성이 광주시민과 결혼하자 그녀의 어머니가 광주로 오면서 무국적자의 고난을 체험하고, 그 것을 계기로 고려인에 대한 인식을 자극하여 광주에 고려인 마을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광주 고려인마을 홈페이지에는 대강 이런 내용이 있다. 고려인은 일제강점기에 러시아 연해주와 북간도로 떠났던 한국인이다. 1937년 스탈린은 고려인을 일본의 스파이라고 지도자들을 처형하고 남은 사람들은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내몰았다. 그 후 고려인은 언어와 문화를 이어받지 못하고, 중앙아시아 황무지를 개척하며 살았다. 구소련이 해체되자 뿌리 없는 민족이라고 태어나 자란 곳에서도 차별과 박해를 받고, 조상의 땅 대한민국도 헐벗은 동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하면 ‘백년이 유복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가문이 멸족’ 한다는 말을 통감한다.

조상의 땅 광주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고려인 후손들은 정부지원도 없고,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라고 인정받지도 못 하지만, ‘국권회복을 위해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선조들의 유지’ 를 받들며, 고려인마을에서 협동조합과 자체적 어린이집, 주민지원센터, 지역아동센터, 쉼터, 고려인마트, 여행사를 운영하며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후예’ 임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조국과 정부는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환경과 어머니는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는가, 예술가들은 세월 따라 망각 속에 빠르게 묻히는 삶의 조각들을 붙들면서 무딘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고 느끼도록 일깨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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