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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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노천명이 지은 ‘푸른 오월’이란 시의 구절이다. 1945년에 발표된 그의 시집 ‘창변(窓邊)’에 실려 있다. 노천명은 이 시에서 향토색이 짙은 정감어린 표현과 청색의 이미지로 젊은 꿈을 영글게 만드는 오월의 서정(抒情)을 그렸다. 시인이 푸른 오월을 노래한 이후 우리들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싱그러운 대지 위에 녹음의 물결이 넘실대고,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산과 들을 수놓는다. 따사로운 햇살과 파란 하늘은 신록의 푸르름을 더한다. 맑고 향기로운 바람은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질인다. 그야말로 생동의 나날이다.

오월은 늦봄과 초여름 성격을 모두 갖췄다. 1년 중 날이 가장 쾌적하고 포근하다. 비가 와도 다시 추워질 일이 없다. 자연의 경치를 구경하기에 이보다 더할 나위 없다. 나들이 가기에도, 야외 활동을 하기에도 아주 좋은 계절이다. 누구나 오월을 반기는 이유일 게다.

▲제주의 오월도 ‘계절의 여왕’답게 찬란하다. 제주섬 전체가 눈부시게 빛난다. 마치 양탄자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감귤밭의 귤꽃이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나 상큼한 감귤꽃 향내가 진동해 사람을 황홀하게 만든다, 난초향보다, 장미향보다도 더 달콤한 향기가 배어 나오고 있어서다.

들녘에는 연녹색의 청보리가 익어가면서 황금색으로 물들어간다.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와 어우러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참았던 숨을 한껏 토하듯 화려하게 피워내는 분홍색 털진달래와 진분홍색 철쭉, 연분홍빛 참꽃나무 등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한라산의 오월 절경이다.

▲오월엔 유난히 각종 기념일이 많다.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31일 ‘바다의 날’까지 ‘의미 있는 날’이 이틀에 한 번꼴로 몰려 있다. 다양한 축제와 크고 작은 행사도 쉴 틈 없이 열린다. 이처럼 오월은 무르익은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운 계절이다.

한데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이런 오월을 마음껏 맛보지 못했다. 그런 만큼 올해부터는 ‘계절의 여왕’ 을 제대로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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