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삶의 원리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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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식 수필가

도대체 인문학이 뭐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뭔지 알 것은 같은데 막상 말로 하려니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막연하다,

그래서 오늘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볼까 한다. 먼저 인문(人文)을 떠나 ‘학(學)’이라는 게 무엇인가. 그것이 무엇이든 학문이 되려면 먼저 규칙이 존재해야 한다. 인문학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삶 혹은 정신’에도 어떤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은 삶의 원리를 밝히는 학문이다. 만약 인간의 삶이나 정신이라는 것이 아무런 원리도 없이 사람 따라 기분 따라 매일매일 달라지는 변덕스러운 것이라면 굳이 힘들여 인문학을 연구하고 공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천 년을 인문학의 전통이 면면이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무늬 속에서도 어떤 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도 몇 백 년 전 쓰인 고전을 읽으며 감동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금의 삶은 그 시대와 많이 다르고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이야기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안에서 시대를 초월해 면면히 흐르는 어떤 삶의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보편성, 다시 말해 규칙을 찾는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삶의 시행착오를 줄여 더 잘 살기 위한 학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도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인문학은 물론이고 우리가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먼저 경험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연구하고 새롭게 발전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매일의 삶을 살아간다. 아무런 사전 교육 없이 지구라는 별에 여행을 온 것이니 마찬가지다. 만약 낯선 곳에 여행을 갔다면, 먼저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나 경험자를 찾아 나설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곳에서는 어떤 규칙이 필요한지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 버렸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앞서 삶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경험은 ‘문학’에서 찾을 수 있고, 과거의 사람들이 경험했던 시행착오는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철학은 이 모두를 관통하는 가장 본질적인 규칙을 찾아내는 데 헌신한다. 문학과 역사, 철학이 흔히 인문학의 3대 분야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무튼 인문학이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삶의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남은 생을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삶에 그다지 도움도 되지 않는 200년 전의 사실을 외우거나, 10년 후면 소용없어질 지식을 외우느라 그 소중한 시간들을 다 허비하고 있다.

삶의 경험, 나 하나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 지구를 함께 여행하고 있는 70억 명의 보편적인 경험, 그리고 나아가 수천 년간 지구를 다녀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전해주는 것, 바로 그것이 인문학 교육이다. 그 지혜를 바탕으로 그 힘을 아껴 다음 여행자를 위한 더 멋지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놓고 가라는 것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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