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일
기록하는 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강명언, 서귀포문화원장·수필가

기록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을 테고 어떤 이에게는 일상의 확장이기도 했겠지만 기록과 친숙하게 지내지 못했던 나에게는 혼란스럽고 조바심 나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기록의 시대다. 개인의 여가생활부터 가족사, 마을, 지역, 국가단위까지 기록의 대상과 가치는 더 없이 넓고 깊어지고 있다. 요즘같이 내가 사는 동네가 곧 증발할 것처럼 빠르게 변하는 이 시점에서 기록은 지역의 다양한 사례가 잊히지 않도록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 이외에도 새롭게 형성되는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냥 휘발하기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잡아두는 심정으로 다시 되새기고 싶어질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이미 있어온 문화와 새롭게 생성되는 문화가 어우러지게 하는 역할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과 방식으로 지역문화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돌아다보면 오래도록 기록은 소수의 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관변학자나 사진작가들의 활동은 조선의 침략과 통치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목적과 수단으로 진행되었다고 본다.

권력이 차쯤 시민으로 이동하고 기록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근대 이후에도 대개는 행정기록 중심으로 남겨졌고, 1999년 우리나라에 ‘기록물 관리법’이 제정된 후에도 여전히 그 전통은 이어져 왔다. 소수에 집중하고, 법에 따라 기록을 남기는 일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다수 시민을 위한 기록의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인데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우선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나와 내 가족, 우리 마을과 학교, 우리의 활동상황 등내가 주체이자 대상이 되어 나의 눈높이로 기록하는 것이다. 바쁘게 사는 속에 그냥 지나치고 사라지던 일상에 가치를 부여하고,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기록을 통하여 나의 삶의, 활동이, 살아가는 동네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마법이 생겨날 것이다. 유명한 배우의 한마디는 어떤 정치인이나 학자 못지않게 영향력이 있다고 하듯이 좋은 기록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기록의 방법은 시대와 기술에 따라 다양하다 할 것이나 우선 우리는 글로 이루어진 인쇄된 문서를 더 가치 있는 기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글뿐만 아니라 그림, 사진, 영상, 영화, 구술 채록, 채록하는 활동에도 집중해야 하고 그 일을 위해 사진을 찍고, 그림으로 복원하고 지역의 이야기로 기록집이나 영화를 만드는 일등을 해야 할 것이며 인텨뷰와 구술을 통해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채록은 자료보다 개인의 구술을 담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게 된다.

시간은 어김없이 또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개인의 고유한 이야기를 짓는 기록이 나와 함께 있는 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인생은 매 순간 순간이 무의미 하지 않을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