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일관(初志一貫)과 여측이심(如厠二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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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논설실장

현장에서 취재하던 시절이다. 당시 대통령의 제주 공약을 놓고 제주특별자치도청 고위 공무원과 대화하던 중 들은 웃픈 이야기다.

중앙부처에 가서 대통령 공약이라며 예산을 반영해 달라고 하면 담당 공무원이 무심하게 자신의 뒤쪽에 있는 캐비닛을 가리키며 “저 안에 들어있는 게 전부 대통령 공약”이라고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힘이 빠졌을까.

▲어제(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 7대 공약 중 첫 번째 공약이 ‘관광청 신설’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 13일 제주를 찾아 ‘문화체육부 산하 관광청 설치 및 제주 유치’를 처음 거론한 이후 대통령선거일 하루 전인 지난 3월 8일에도 제주시 동문로터리 유세에서 ‘제주에 관광청 설치’를 거듭 공약했다.

“제주 관광이 그냥 먹고 노는 관광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 인류학을 공부하고 배우는 수준있는 관광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침체를 겪은 관광시장의 빠른 회복과 재도약, 해외 관광객 유치, 지역경제 활력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독립 외청으로 관광청을 신설, 한국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제1호 제주공약인 ‘관광청 신설’이 취임 1년이 됐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여성가족부 폐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설치,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부 격상, 재외동포청 신설 등은 담았으나 제주에 관광청 신설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향후 여야 협상과 중앙부처 협의,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논의한 후 정부조직 개편안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나 ‘부지하세월’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제주 관광청 설치는 내년 총선은 물론 2026년 지방선거에서도 핫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뒷간에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여측이심·如厠二心)’지만 윤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때 그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초지일관(初志一貫)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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