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병…공중보건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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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이뤄 하노라’

고려 충혜왕 때의 문신인 이조년(李兆年)이 쓴 다정가(多情歌)다. 사람들은 사대부가 쓴 연애시의 백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신인 이조년의 말처럼 과연 ‘다정도 병’인가.

▲외로움을 비만이나 약물중독 같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심이 모아진다.

비베크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장 겸 의무총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외로움과 고립감이라는 유행병’을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인 절반가량이 외로움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머시 의무총감이 밝힌 연구에 의하면 외로움은 조기 사망 가능성을 26~26% 높이고 매일 담배 15개비씩을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이 밖에 심장병 위험도를 29%, 뇌졸중 위험도를 32% 높인다는 것. 머시 의무총감은 외로움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선 사회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원봉사조직이나 스포츠·종교 모임 같은 프로그램과 도서관·공원 등을 아우르는 지역 공동체 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나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외로움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외로움은 사람이 평생 짊어져야 할 운명 같은 것이기에 반대말이 없다고 한다. 한 소통전문가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외롭지 않은 날이 없기에 외로움은 반대말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종교인이나 종교인 못지않게 신앙심을 가진 이들에겐 외로움의 반대말은 예수 그리스도요, 부처요, 마호메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외로움은 병인 것이다. 다정과는 색이 다른 병이다.

다정이 빨간색 혹은 분홍색 병이라면, 외로움은 회색의 병이다.

머시 의무총감은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사람 등과 적어도 하루 15분 함께 보내기, 사람들과 얘기할 때 주의를 분산시키는 기기 멀리하기 등을 권고했다. 그러고 보면 외로움의 백신 혹은 치료제는 ‘다정’이라는 병이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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