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에게 빚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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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 신단수

영원히 살 것 같다는 착각은 불신과 편견이라는 높은 담을 쌓아가고 그것이 자랑인냥 동네방네 외치고 다닌다. 

부자이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고 착하면 어리석다 핀잔을 들어야 한다. 영혼의 간절한 목소리는 들어도 못 들은 척 외면하고 하루가 즐거우면 그만 거짓유혹은 사탕보다 달콤하니 어서 오라 반갑게 뛰어간다. 

꽃의 아름다움은 사치요 하늘의  별은 장식품이니 주변 어려움은 철저히 남의 일 관심조차 없다. 죽음의 예고편을 보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 신을 찾아보지만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 낙서가 돼 간다.

천국과 지옥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는 내일이 아닌 오늘이고 귀찮다 도망가거나 피할 수 없다. 익숙한 것들과 헤어짐은 무섭고 떨리며 잘못된 행동은 아픈 반성문을 써야 한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면 무릎 꿇는 자세로 용서받아야 하며 부끄럽다 고개 숙여야 한다. 대충 하면 낙제점이고 회초리를 맞겠다 각오도 필요하다. 
속상한 표정으로 찾아오신 분은 대뜸 하소연이다. 친구와 동업을 했는데 서로에 대한 믿음이 두텁기에 종이에 하는 약속은 의미 없다 손가락 도장을 찍어 딴다.

그런데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단다. 평소 건강했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고 급기야 유언도 못 남기고 세상을 떠났단다. 불과 얼마 전에 좋은 조건에 땅이 있는데 자신은 신용 점수가 낮아 한도가 안 나오니 대출을 받아 주면 틀림없이 갚겠다 간곡히 사정하는 바람에 그러자 했는데 고스란히 빚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란다.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속내를 꺼내 사실 관계에 들어가니 그 집 식구들은 차용증도 없는데 나쁜 심보 아니냐 억울하면 고소해라 생떼를 쓴단다.

가슴 답답함에 망자를 불러 이야기라도 듣고 싶다는 부탁에 두 다리 뻗고 잘 있느냐 하니 주춤하고 망설인다. 경우가 아니고 자식들의 앞날을 걱정한다면 원래 자리로 돌려놔라 싫은 소리를 퍼부었더니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가장으로서 떳떳하지 못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는 자괴감이다.

이별인사는 짧고 간단했지만 확신은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리 하는 예측은 재미거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잘하고 있는 걸까 중간 점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도 가져 보자. 미움이 사랑으로 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음을 알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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