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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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 논설위원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끼는 자연의 신비 현상은 무수히 많다.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사이에도 자연은 쉼 없이 일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햇볕이 비친다. 동식물이 나고 자라고 사라진다. 사계절에 따라 크고 작은 변화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이런 자연의 파노라마 속에서 눈에 띄는 도형이 있다. 천연육각형이다. 수많은 도형 중에 하필이면 육각형일까? 삼각형도 있을 수 있고 사각형도 있을 수 있다. 그러함에도 자연은 육각형을 고집한다. 그것도 어느 특정 개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무생물인 얼음 덩어리에서도 나타나고 생물인 꿀벌에서도 나타난다. 심지어 돌덩이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자연이 갖는 근본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자연은 본래 균형상태를 좋아한다. 항상성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생태계다. 생태계 균형을 이루려면 빈틈이 허용되지 않는다. 혹시 빈틈이 있으면 이를 재빨리 보수해 원상태로 돌려놓는 회복 능력 또한 뛰어나다.

인간의 힘으로써는 그런 거대한 일을 할 수 없다.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물질이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에너지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에는 끌어들이거나 밀어내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런 에너지가 결국은 생태계 균형을 이루는 기반이 되고 있다.

천연도형 육각형도 그런 원리에 기인한다. 육각형 모양인 얼음 덩어리가 그렇다. 얼음은 물 분자 50~60개 정도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물 분자 화학적 구조는 수소 원자 2개에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한다. 수소와 산소 원자 사이 결합각은 104.5°로 구부러진 각이다. 그리고 수소 원자는 양전하를 갖고 산소 원자는 음전하를 갖는다. 이들은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강한 극성을 이룬다. 이 같은 성질 때문에 물 분자들이 쉽게 모여 육각형 덩어리 결정체를 이룬다.

천연육각형은 생물인 벌집에서도 나타난다. 벌들은 조금의 빈틈도 없는 육각형 벌집을 촘촘하게 이어놓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알을 낳아 키우고 양식 꿀을 저장한다. 그런데 육각형 벌집은 벌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2013년 영국의 한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다. 벌이 지은 밀랍 집은 둥그런 모양이다. 원형 밀랍 속에서 벌들이 생활하다 보면 벌의 체온에 의해 밀랍은 물러 끈적거린다. 이때 밀랍은 서로 끌어당기는 표면장력 에너지에 의해 자연스럽게 육각형이 만들어진다. 가장 넓고 빈틈없이 튼튼하게 만들어진 육각형 벌집이 탄생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천연육각형은 단단한 고체 돌덩이에서도 나타난다. 그것은 해안 절벽에 형성된 주상 절리다. 화산활동의 작품이다. 지표면으로 분출한 액체 용암과 화산쇄설물이 식어 굳어지면서 만들어진다. 용암은 겉에서부터 서서히 식는다. 그에 따라 표면장력 에너지가 작용하면서 부피가 줄어든다. 가장 안정적인 육각형 모양이 탄생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파도에 의해 다듬고 깎여 아름다운 에너지 작품 육각형 주상 절리가 세상에 드러난다.

이처럼 천연도형 육각형은 자연 에너지 작용의 결과다. 그 속에는 가장 견고하고 안정적인 생태계 균형이 녹아 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항상성이 무너졌을 때 질병이 찾아온다. 천연도형 육각형 균형에서 치유를 생각해본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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