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늘 수매 시작했는데…“이대로 가면 마늘 농사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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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매가 ㎏당 3200원…작황 나쁘고 인건비 올라 타산 안 맞아
대정농협 마늘 수매 시작…“농협 계약 시 농가 인센티브 강구”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대정농협 유통센터에서 농협 관계자들이 올해산 마늘을 수매해 처리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대정농협 유통센터에서 농협 관계자들이 올해산 마늘을 수매해 처리하고 있다.

“인건비 등 생산비는 계속 오르는데 가격은 오히려 내려가니 농사 의욕이 없네요.”

제주지역 최대 마늘 주산지 농협인 서귀포 대정농협(조합장 강성방)이 햇마늘 수매를 시작한 22일.

농협과 계약 재배한 농가들이 품질 검사를 받기 위해 마늘을 가득 싣고 온 트럭들이 대정농협 유통센터 밖 도로까지 길게 늘어섰다.

올해 대정읍 관내 마늘 생산량은 1만2000t으로 예상된다. 대정농협은 올해 740개 농가와 계약을 맺어 5000t 가량을 사들일 예정이다.

유통센터 검사원들은 건조 상태와 크기별로 선별은 잘 됐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농업인들이 정성껏 키우고 수확한 마늘의 등급을 매기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이런 검사 현장을 지켜보는 농가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올해 마늘 수매가격은 구의 직경이 5㎝ 이상인 상품 기준 1㎏당 3200원으로 지난해 역대 최고가였던 4400원보다 1200원 낮게 책정됐다. 또 알이 굵어질 무렵 잦은 비와 낮은 온도로 예년보다 품질이 떨어져 상품 자체가 줄었다.

2만5000㎡에 마늘을 심었다는 고상진씨(68·대정읍 신도리)는 “4월 저온현상과 함께 5월 초 수확 시기에 폭우가 내려 작황이 안 좋았다”며 “무엇보다 올 들어 파종과 수확, 주대를 자르고 포장하는 인부의 일당이 12~15만원으로 크게 올라 타산이 안 맞는다”고 말했다.

고씨는 “3.3㎡당 5㎏ 정도 수확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4㎏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격이라도 지지해야 하는데 중국산 수입 물량이 많아 어렵다”며 “마늘 농사가 이대로 가면 소멸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4300㎡에 마늘 농사를 짓는 문도명씨(73·대정읍 동일리)도 “올해 농사는 한 마디로 형편없다. 작황도 안 좋고 잎마름병으로 피해를 봤다”며 “일손 구하기도 어렵고 중국산도 밀려오며 내년에 마늘을 심어야 할지 어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농가들 사이에선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기계화와 제주산 남도마늘 소비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강성방 대정농협 조합장은 “이번 주 내 마늘 수매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정 마늘산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농협 계약 재배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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