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별
슬픈 이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효성. 신단수

윤달에 묘를 건드리는 것은 나쁜 영향을 덜 받는다. 조상에 대한 예의범절 도리지만 현대에 와서는 적당한 핑곗거리 후손에게 귀찮은 절차는 건너뛰라는 무언의 약속이다. 

어르신들이 옛날 방식 죽어서도 불에 태워진다는 사실은 무섭고 떨린다 유언을 조심스럽게 건네지만 알았다 대답은 말뿐 원래에 없는 계획이다.

겉으로 슬픔이고 속으로 득과 실 계산기 두드리고 볼썽사나운 꼴은 눈살을 찌푸린다. 평소에 담쌓고 지냈으니 가족 간의 대화는 손해 보지 않겠다 시작이고 얼굴 볼일 없다로 끝나진다. 납골함으로 편히 모시겠다는 가면 쓴 허울이고 어쩔 수 없었다는 주머니 채워지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관에 합리적인 방법 묻고 따져야 하지만 바쁘다 서두르고 늦추고 있는 날짜는 앞으로 당겨 낸다. 

고향집 느티나무처럼 정겨웠던 추억은 언제 그랬냐 흔적조차 지워졌고 술 한잔 절차도 생략 절하고 일어서면 책임을 다했다 동네방네 자랑이지만 가슴은 쓸쓸해야 한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부정이고 천륜을 벗어나는 행동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면 살아생전 모습에 흥겨운 잔치는 아니에요 마음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 

명진 씨는 며칠째 같은 꿈을 꾼단다. 소가 울어서 외양간에 가보면 화난 표정으로 노려본단다. 깨고 나면 기분이 찜찜하고 죄지은 사람처럼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온단다. 제사가 돌아오냐 하니 뭔가 생각난 듯 이번 달에 이장을 할 계획이란다. 마침 땅을 사겠다는 임자가 나타났는데 산소가 있으면 곤란하다 조건을 내세워 겸사겸사 정리를 한단다. 

족보를 들여다보니 고조할아버지이고 근처에 작은 봉분은 누구인지 모르겠단다. 좋지 않은 징후다. 하지 말라 반대의 뜻인데 들어도 못 들은 척 엎질러진 물이다. 계약금이 오고 갔고 어디에 쓰일지 정해진 상태라 말리면 괜한 원망을 들어야 한다. 

최고가 아니면 차선으로 방향 전환 무지함을 용서하시고 노여움을 풀라 하니 냉담한 반응이다. 한참 후에 짱짱한 자부심을 이야기하셨고 어떤 결과에 대해서는 숙제로 남기었다. 같이 오신 분은 친한 벗이었는데 처지가 딱해 옆에 묻혔단다. 

당일 아침에 비가 쏟아지는데 천둥번개요 바람까지 불어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무거운 정적만 흘렀단다. 듣지 않아도 뻔한 내용이다. 마지막 인사는 초라했지만 믿는 구석은 있다. 내리사랑은 지금도 계속된다. 자식의 앞날을 방해하는 못난 부모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