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영웅 발굴' 대신 '尹퇴진' 강의…보조금 비리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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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민간단체 3년간 1865건에 부정사용 금액 314억원 적발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 5000억원 이상 감축...예산 구조조정도 시행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고보조금을 받는 전국 비영리 민간단체의 부정·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1865건에 부정사용 금액은 314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실은 올해 1월부터 4개월간 국무조정실 총괄 하에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일제 감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감사 대상은 최근 3년간 지급된 6조8000억원 중 1만2000여 개 민간단체에서 진행한 6158개 사업이다.

부정행위는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수령·사적사용, 서류조작·내부거래 등 다양했다.

대표적 사례로 한 통일운동단체가 ‘묻혀있는 민족 영웅을 발굴한다’며 6260만원을 정부로부터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을 벌인 것이 적발됐다. 이 단체는 원고 작성자도 아닌 사람에게 지급한도를 3배 가까이 초과하는 원고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A협회는 2020~2021년 이산가족 교류 촉진 사업을 명목으로 24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이 중 2000여 만원을 유용했다. 전·현직 임원과 임원 가족의 휴대전화 구매와 통신비에 541만원을, 협회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로 1500만원을 지출했다.

B협회연맹은 2022년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 사업을 하겠다며 해외 출장 3건에 대해 국고보조금 1344만원을 지원받았는데, 2건은 연맹 사무총장 개인 해외여행이었고, 1건은 허위 출장으로 드러났다.

C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2022년 청년창업 지원 사업을 하겠다며 보조금 1000만원을 지급받고, 전액을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D시민단체는 일자리 사업 보조금으로 311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이 단체는 강의실과 컴퓨터, 상근 직원도 없는 페이퍼컴퍼니였다. D시민단체 대표는 자기가 운영하는 학원 시설과 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허위로 기재해 보조금을 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E아동센터 원장은 대금 이체증명서를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위조해 운영비를 착복했고, 행사나 회의를 연 사진을 일부만 잘라내 여러 건처럼 위조하거나 사진 속 현수막 날짜를 조작하기도했다.

윤 대통령은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국고보조금을 받는 민간단체의 수가 방대한 만큼, 국민이 감시에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용의 부정·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관리를 강화한다.

보조금을 수령한 단체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위탁·재위탁을 받아 실제 예산을 집행한 하위 단체들도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모두 등록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 등도 빠짐없이 올려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도 보조금부터 올해보다 5000억원 이상 감축하고, 전체 보조금의 약 30%를 대폭 삭감할 계획이다.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감축 및 예산 구조조정도 시행된다. 전임 정부에서 국고보조금이 2조원 이상 증가했는데,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하거나 선심성 보조금을 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제도개선과 함께 대대적인 예산 구조조정도 추진할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에서 국고보조금을 5000억원 이상 절감하고, 그 이후로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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