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7일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3년 넘게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20년 3월 12일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고, 감염과 치료, 백신접종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였다.

팬데믹은 감염병 심각도에 따라 1~6단계로 기준을 나눴을 때 최고 등급인 6단계에 달하는 상태를 이른다. 즉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WHO는 팬데믹 선언 이후 3년 4개월 만인 지난 5월 5일 코로나19 바이러스 엔데믹(Endemic)을 선언했다. 엔데믹은 풍토병, 고유종, 토착병이라는 뜻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이상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이 아닌 일부에 국한된 풍토병이 됐음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도 6일 뒤인 지난 5월 11일 코로나19 심각 경보 해제를 발표하고, 사실상의 엔데믹을 선언했다.

6월 1일부터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도 사라졌고, 요양병원 등 일부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하고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일상생활로 모두 회복된 셈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한 지난 5월 1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60%인 3135만1686명이 감염(확진)됐고, 3만4583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누적 확진자는 6억80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3년 4개월이 남긴 것은 정치,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매우 컸다. 극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등 군중이 밀집하는 지역이나 공간, 행사들은 모두 폐쇄되거나 온라인, 무관중으로 전환됐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비롯해 일반 국민들도 마스크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지난달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하향 관련해 “3년 4개월 가까이 이어온 비상대응의 긴 터널을 끝낼 수 있어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터널에서 빠져 나왔지만 제주의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개발 사업을 둘러싼 찬·반 갈등의 긴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2015년 11월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의 최적지를 성산읍 일원으로 발표한 이후 8년 넘게 갈등이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을 공개하고, 제주도에 의견 제시를 요청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도민 의견수렴이 마무리됐다.

4차례에 걸친 도민경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사회 찬·반 갈등은 다시 격화되고 있다.

항공수요 예측과 조류충돌 위험 등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점과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보다 도민들의 찬·반 입장만 재확인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제주도가 이달 말 국토부에 의견을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의 갈등 수준이 가장 심각한 단계인지, 아니면 더 심각한 갈등 상황이 빚어질지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을 맞았지만 제주 제2공항 갈등 바이러스는 더 심각한 팬데믹이 올지, 긴 갈등의 터널을 벗어나 엔데믹을 선언할 수 있을지 가늠조차 안되고 있다.

언제가 될지, 누가 할지는 모르지만 “장기간 이어온 제주 제2공항 개발 사업을 둘러싼 도민사회 찬·반 갈등의 긴 터널을 끝낼 수 있어 감회가 깊다”는 발표가 듣고 싶다.

김승범 기자 ksb2987@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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