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영혼을 맑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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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인류가 먼저 접한 것은 노래일까 미술일까.

사람이 태어난 후 눈을 뜨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음악을 먼저 접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크게 보면 사람이 태어난 후 보고 듣는 것이 거의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접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보고 듣는 데 장애가 없다면 사람은 평생 음악과 미술을 귀와 눈에 담고 사는 셈이다.

▲오래전에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Mission·1986년 작)을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신부 가브리엘이 남미 원주민을 교화하려 현지에 도착했을 때였다. 가브리엘이 계곡을 오르고 있을 때 화살로 무장한 원주민이 그를 포위했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이 때 신부 가브리엘은 품에 있던 오보에를 들고 연주한다.

영화 미션의 백미인 ‘가브리엘의 오보에’다.

이 아름다운 노래가 남을 해하려는 원주민의 마음을 순식간에 녹여버린 것이다.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음악감독 엔리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기악곡이다. 영화에서처럼 가사 없이 오보에 하나로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이 곡이 너무나 탐났을까.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은 이 곡을 부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엔리오 모리코네에게 하루가 멀다고 편지를 써 부탁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결국 허락을 받아 ‘키아라 페라우’가 가사를 써 세상에 나온 노래가 바로 ‘넬라 판타지아’다.

지금은 ‘가브리엘의 오보에’보다 ‘넬라 판타지아’가 더 세상에 알려진 셈이다. 넬라 판타지아의 가사도 좋지만 곡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천사의 언어’라는 옹알이로만 가사를 대신해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을 것이다.

영화 ‘미션’에서는 노래가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성악계의 샛별인 김태한(22·바리톤)이 최근 벨기에 브뤼셀 콘서트홀 ‘팔레 데 보자르’에서 열린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쇼팽 피아노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 성악부분에서 우승해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DNA의 저력을 보여줬다. 비틀즈 등 영국 밴드들도 좋아하는 그가 ‘가브리엘의 오보에’처럼 사람들의 영혼을 맑게 하는 노래를 많이 불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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