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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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 신단수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꾸며진 허세는 누구 입을 통하느냐 가치는 다르지만 알았다하는 대답은 오십 보 백 보, 길어야 사흘 다짐 언제 그랬냐 미움으로 변해진다. 진짜와 거짓에 경계선을 모르니 이거 다 하는 것을 포장을 더해 지식인 양 뽐내고 고상한 척은 구름 탄 신선 흉내를 내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 

신의 존재를 알기에 임시방편 무릎 꿇는 척 피하고 도망가지만 명예나 출세가 걸린 문제라면 얼굴에 가면을 뒤집어쓰고 치명적인 유혹이나 나쁘다 하는 것에 어깨동무 한 편이 되어준다. 

손해 보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약자에 대한 배려는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있다. 
천국과 지옥 어느 편에 줄을 설지 지금의 모습을 뒤집어 보면 정확한 예측 백점 성적표다. 사랑한다는 최고의 표현 방식은 아름다움이라고 쓰이고 나누는 미덕은 고맙다, 감사하다 증표로 남겨진다. 누군가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착한 수고는 우편배달부의 환한 웃음을 선물받을 수 있다. 

무속인 예화 씨가 아침 일찍부터 손님을 모시고 오겠단다. 먼 친척인데 자신이 볼 때 신병은 아닌데 증세는 비슷하단다. 자꾸 누구를 해코지하라는 소리가 귀에서 들리고 혼잣말을 하다가 집 밖으로 뛰쳐나가 누구라도 싸움을 거는 통에 동네 얼굴 부끄러워 못 다닌단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 보고 약도 먹어봤지만 증세는 오히려 심해지고 급기야 앓아누웠는데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으니 의사도 경과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한단다. 미술 선생님을 하다가 뜻한 바 있어 전업 작가가 됐고 내로라하는 대회에서 상을 받아 나름 이름을 알리는 시기라 안타까워 굿을 해서 고쳐 보려고 했는데 내키지 않고 신령님이 하지 말란다. 

평소 알고 지내던 스님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천도재 운운하길래 알았다며 지체 없이 달려왔단다. 싸늘한 분위기는 당사자인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 동고동락한 친구를 배신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공동의 목표가 있어 즐거웠으나 이해관계는 복잡했고 등 돌려 원한을 샀다. 마지막 도움 달라는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했고 상대는 자살을 택했다. 

가슴에 먹먹함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충분히 미안해야 한다. 웃고 떠들면 잠시 잊히겠지만 그러면 안 되는 이유도 가져보자. 삶이니까 잘 가라 이별 인사 붉은 눈물 흘려도 꽃은 피어 보자는 쓸쓸한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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