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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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시인·수필가·문학평론가

감귤농업인은 2월부터 시비, 정지전정 등으로 일 년 농사를 시작한다.

글쓴이는 과거 50대에 만 10년간 노지밀감과 하우스만감(청견)을 2000여 평 재배한 일이 있다.

본의 아니게 건강이 좋지 않아서, 철밥통 직장이었던 7급 공무원을 10년 만에 명예퇴직하고, 달리 호구지책이 없으니 감귤에 매달렸었다. 다행히 아내의 장사가 잘돼서 모은 수억 원의 돈으로 감귤 밭을 구입했다. 그 이전에도 병약한 아버지를 도와 노지밀감을 재배한 일은 있었지만, 막상 주인이 됐을 때와는 다른 것이었다. 농고를 졸업했지만 그것도 감귤농사에 별 도움이 못 됐다. 눈물로 어렵게 구입한 과수원을 지켰다.

감귤나무는 주인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했다. 매일 농장에 출근했지만 정성이 부족해서였을까. 감귤재배 적지인 해변이 아니라 그랬을까. 비상품 감귤도 많이 만들어냈다. 그래도 수십 년 전인 그때는 가공용 감귤도 못 팔 걱정은 없었다. 지금도 그런가? 비상품 노지밀감을 많이 만들어선 막말로 남는 게 없다.

이제 감귤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늘 과잉생산 구조여서 부적지 폐원, 적과, 휴식년제 등의 대책을 행정에선 제시하지만 어느 것도 쉽지 않다. 소규모 농장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선 어떻게든 무임승차하려고 한다. 누가 혼자 뼈 빠지게 일하고 별반 이득이 없는 것을 바라겠는가?

감귤이 수십 년 재배돼 오지만, 거의 98%인 노지 온주밀감의 품종은 궁천조생이나 흥진조생에 불과하다. 감귤 역사 50여 년이지만 신품종개발은 늘 뒷전이었다. 제주에 4개의 대학이 있지만, 감귤학과는커녕 그 흔한 공개 과정도 없는 줄 안다. 신품종개발은 필수인데도 현실에 만족해서 심드렁하다.

근래에 노지감귤을 타이벡 재배로 당도를 1브릭스 이상 높여 좋은 가격을 받는 농업인이 나타나고 있다. 타이벡 재배는 자연 상태보다 훨씬 힘들다. 비닐로 감귤원 전부를 피복재배해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거두어야 한다. 폐기물 처리도 일이다.

그렇지만 당도 1브릭스 상승은 누구나 ‘맛있다’는 느낌을 가져온다. 타이벡 재배를 하면 판매의 걱정도 사라진다.

제주의 감귤역사 50년, 대학나무라는 소싯적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 누가 알았을까. 백약이 무효라고 병든 부모를 포기할 수 없듯이, 제주 경제의 버팀목인 감귤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제주에서는 수천 ㎡의 감귤 과수원을 가진 부모도 그 자녀에게 감귤 농사를 잇게 하지 않는다. “오몽헐 때까지 해먹당 그 다음은 내가 모른다”가 실상이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말단 공무원인 9급 공무원에 자녀가 합격하는 것을 부모는 더 바란다.

그러다 보니 70·80대의 고령 농업인도 적지 않다. 감귤농업인 중에 사회의 중심축인 40대는 거의 없다. 고품질 노지밀감의 경제수명은 40년이라는데, 이제 새 품종으로 교체하지 않는 한 감귤이 살아날 길은 없다.

과일 소비량 중에 감귤이 으뜸이라는데, 설렘이 없으면 희망도 싹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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