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살자

이원후, 심리상담사/ 논설위원

필자는 상담을 하면서 인생이 잘 풀리는 사람보다는 안 풀리는 사람을 더 많이 보았다. 요즘 들어 부쩍 다양한 이유로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를 찾는다. 그중 오늘은 젊은 청년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간관계로 인해 인생 자체가 힘들고, 고단하며 하루하루 숨이 막혀 지금 이 순간을 탈출하고 싶다고 한다. 이 청년에게는 위로와 응원, 좋아하는 것을 하며 가볍게 사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다면 자신에게 3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그 일은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일인가? 둘째, 나의 최대 장점은 무엇인가? 셋째,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좋은 결과를 냈던 일은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을 통해 개인의 열정을 파악한 뒤, 지금 나에게 집중하면서 가볍게 살아보자고 이야기하며 청년과의 대화를 마쳤다. 그런데 청년은 돌아가면서 “산다는 건 괴로운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이 말에 필자는 마음 한편이 아파왔다. 우리는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하고 미래를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그러나 과거는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직 않았다. 과거를 떠올리지만 떠올리는 것은 현재다. 내일 일을 아무리 실감나게 상상해 봐도 절대 상상대로 될 리 없다. 인생은 오래 살면 살수록 경험하는 불행도 많아진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이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혼자 살아간다면 인간관계에서 괴로워할 일도 없을 것이다. 아들러는 ‘모든 고민은 대인관계의 고민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려면 대인관계에 들어가야 한다. 대인관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인생을 가볍게 살기 위해서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어야 한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첫째,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생각이 들 때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상대방과의 만남이 스트레스가 된다면 서로 상처를 주는 사이가 되기 전에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좋다. 셋째, 무시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를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주파수가 맞지 않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주파수가 맞지 않는데 계속 주파수를 맞추려고 하다 보면 결국 짜증이 나고, 고장나게 된다. 그렇기에 이럴 경우 고장나기 전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추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상담 과정에서 “일이 힘드세요, 사람이 힘드세요?”라고 물으면 80퍼센트는 “사람이요”라고 대답한다. 직장에서 나와 갈등이 자주 생기는 사람, 쉽게 말해서 상극인 사람과 일할 때는 특히나 더 힘들다. 누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모두를 위해 나은 선택일수 있다.

관계에서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안색을 부단히 살피고 타인에게 좋은 소리만 하면 미움받을 일은 없겠지만 끊임없이 남에게만 맞추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기쁘게 즐기는 것이다. 즐기려면 때론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