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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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바가지는 순우리말이며 어원은 ‘박+아지’다. 즉 둥글게 열리는 한해살이 식물인 ‘박’에 작음을 의미하는 접미사 ‘아지’가 붙어서 이뤄진 단어다. 고로 바가지는 ‘두 쪽으로 쪼갠 작은 박’이란 뜻이다. 주로 물을 푸거나 무엇을 담는 그릇으로 이용하고 있다.

바가지의 재질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진짜 박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바가지가 널리 쓰이고 있는 게다. 그렇다보니 전통 바가지는 장식품 정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바가지는 과거에 비해 그 의미가 다양해졌다. 본래의 용도 외에 쌀 두 바가지 등과 같이 분량을 세는 단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잔소리나 군인들의 은어로 헌병을 이르기도 한다.

흔히 정해진 값보다 더 높게 값을 매겨서 받을 때도 바가지란 용어가 사용된다. ‘바가지(를) 씌우다/ 쓰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파는 사람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세를 훨씬 웃도는 가격에 제공해 사는 사람을 속이는 행위를 가리킨다. 바가지 요금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허나 바가지 상혼이라는 해묵은 꼬리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축제와 행사에서 가격을 과도하게 높게 받는 바가지 논란이 잇따르면서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거다.

거기에 일부 전통시장도 가세한 모양새다. 통돼지 바비큐 한 접시 5만원, 어묵 한 그릇 1만원, 파전 1개 2만원, 옛날 과자 한 봉지(1.5㎏) 7만원 등이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진 바가지 사례다.

▲반면 1만원 이하의 음식 가격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며 지방 축제의 모범을 만들어낸 곳도 있다. 지난 2-6일 열린 전북 무주군 산골영화제는 삼겹살과 수제 소시지 등 메뉴 30여 가지를 1만원 이하로 책정해 호평이 이어졌다. 공무원과 축제 참가 상인들이 합심한 결과다.

바가지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겐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바가지 요금을 방지하기 위해 조례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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