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
플래카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양재봉, 수필가·시인

차를 몰고 한길을 달리는데 바람에 펄럭이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상대편 당을 헐뜯거나 비꼬기 위해 걸어놓았다. 내용이 유치하여 민망하다. 저런 걸 읽는 국민은 어떤 기분일까, 청소년은 뭘 배울까, 잘못이 있을 때마다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겼으니 한심하다. 문득 얼마 전에 걸렸던 내용도 떠오른다. ‘이게 나라냐.’

예전엔 플래카드나 현수막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축하할 일, 마을의 체육대회나 경로잔치 같은 소소한 행사를 알릴 때 걸려 왔다. 언제부터일까, 정치인이 비방용으로 바꿔 놓았다. 이젠 플래카드만 봐도 거부감이 든다.

나라를 부강하게 이끌어 달라고 선출되었건만, 나랏일은 뒷전이고 매일 패거리 되어 싸움박질이나 하고 서로 헐뜯는 일만 하고 있다. 개도 할 일 없이 자고 먹고 있는 것 같지만 제 할 일은 하며 지낸다. 특히 낯선 외부인은 잘 구별하여 짖는다. 개만도 못한 놈들이라며 국익을 떠나 당파싸움이 우선인 자들에게 나라를 맡겼다고 한탄하는 소리에 나도 공감한다.

나날이 물가는 뛰고, 사건은 터지고, 북의 핵무기에 불안하다. 외교와 경제는 엉망이고 저출산으로 미래가 걱정된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정쟁으로 당익만 좇고 있으니 못 살겠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진다.

얼마 전에 우편물이 여러 장 와 있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 하나, 한전에서 보내온 우편물이다.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안내문이다. 몇 년 전 전기 요금 6만 원 안팎이었던 것이 12만 원을 내고 있는데 다시 오른단다. 보일러 연료비도 큰 폭으로 올라서 빈 연료통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주방용 가스 요금도 크게 올라 켜기가 겁난다고 한다. 텅 비어버린 지갑 탓을 어디다 하랴.

사업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들고 지출은 늘어 견디다 못해 사업을 접을 기회를 보고 있다 하니 이게 나라냐 하는 소리가 나오게도 됐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못다 한 싸움을 한풀이 하듯 플래카드로까지 이어놓고 있으니.

농촌 지역에 살다 보니 노동집약적인 농업에는 외국인 근로자 손이 절실해졌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서일까, 퍼주기 복지가 좋아서일까, 그 많던 할머니 일손도 많이 사라졌다. 젊은이는 일이 있어도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용돈벌이라도 하고 싶지만 외국인 틈에 끼어 말 모르고 낯설어 일할 기분이 아니란다. 수년 전 외국인이 한둘이던 시절과는 역 현상이 되어버렸다. 정치인들은 이런 현상을 누가 만들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나 보다.

적당히 일하다 실직 수당이나 챙기려는 사람이 늘고, 부모에게 의존하고, 결혼도 포기한 젊은이들이 의욕 잃은 사회가 되었다.

당 이익보다 나라 위해 일해 줄 정치인이 절실하다. 선거 때만 고개 숙이는 인사보다 평소 예의를 존중하고 상대편도 품는 그릇을 국민은 원한다. 적이라도 잘한 것은 칭찬할 줄 아는 바른 정치인에게 박수를 칠 것이다.

플래카드나 현수막이 비방용이 아닌 축하나 축제를 알리던 옛 이미지로 돌아오길 기다린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