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광미술관 건립, 도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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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중광미술관’ 건립 계획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작품 기증자인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이 2021년 7월 1일 제주도청에서 ‘중광 미술품 기증 협약’을 체결하면서 공식화됐다.

제주도는 이후 ‘중광미술관 조성계획’ 수립에 이어 미술관 설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진행하는 등 미술관 조성 사업에 속도를 냈다.

제주도는 또 같은해 10월 8일 ‘중광미술관 건립 추진위원회’ 위원 위촉식과 함께 첫 회의를 열고 작품 수집 활동 방향 등에 대해 논의를 벌였다.

제주도는 이후 2022년 ‘중광미술관’ 설립에 따른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부적합’ 통보를 받았다. 심의 과정에서 중광에 대한 관련 자료와 연구 조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지적 사항을 보완해 오는 7월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서를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심의 결과는 오는 12월께 나올 전망이다.

제주도는 이번 만큼은 반드시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 2026년까지 ‘중광미술관’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미술관 건립은 ‘도민 공감대 형성’을 기본으로 깔고 출발해야 하는데 행정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지구에 공립 ‘중광미술관’(가칭) 건립 사업이 추진되는데 대해 의아해 하는 도민들이 적지 않다. 변시지 화백 등 제주가 낳은 많은 인물들을 제쳐두고 왜 ‘중광’이냐는 것이다.

중광(1934~2002, 속명 고창률)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이외수 작가, 천상병 시인과 어울리며 수많은 일화를 남기며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대중에 널리 이름을 알렸다.

1963년 통도사에서 출가한 중광은 불교 계율에 얽매이지 않는 기행(奇行) 때문에 19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그는 스스로 ‘걸레’라고 칭할 만큼 승속(僧俗)의 경계 없이 살았다. 형식과 틀에 구애 받지 않는 작품으로 ‘한국의 피카소’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중광의 삶은 김수용 감독이 1986년 영화 ‘허튼소리’로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배우 정동환이 ‘중광’을 맡아 열연했다. 이두용 감독이 연출, 1990년 발표한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등 시, 서, 화,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이름을 알렸다.

‘중광’이라는 이름은 50대 이후라면 몰라도 그 이전 세대에서는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중광이 제주시 애월읍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제주에서도 드물다.

‘중광’이라는 인물이 낯선 세대에서는 ‘중광이 누구지? 왜 제주에 박물관을?’이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 면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중광스님 작품세계 공유를 위한 학술세미나’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미술계 인사 중심으로 서울에서 세미나가 열리면서 도민들의 참여 기회는 사실상 박탈당했다.

미술관 건립을 위해 가장 우선시 돼야 할 ‘도민 공감대’를 감안한다면 제주에서 열렸어야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제주문학관에서 중광미술관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고 하는데 필자가 과문해서인지 처음 듣는 이야기다.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검색해도 세미나 개최 관련 보도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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