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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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저벽저벽 둔중한 발걸음 소리에 직감했던 일이다. 7월은 포동포동 살 오르기 시작한 6월을 단숨에 밀어제치고, 두툼한 몸뚱이로 와 무턱대고 덤벼든다. 일 년을 딱히 두 동강 내놓고는 무턱대고 절반을 다시 시작하는 출발의 시작점이다. 여름의 한복판, 6월 첫 더위에 임전 태세를 시험한다고 송알송알 맺히던 땀방울이 7월엔 냇물로 줄줄 흘러내린다. 유난히 땀이 많은 나로선 8월까지 악전고투해야 하는 고난의 한때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다. 에어컨 바람마저 싫어하니 전전긍긍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7월은 애초에 넉넉한 가슴을 지녔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초록을 선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찜통더위에 집 안에 박혀 있을 게 뭔가. 눈길이 이르는 데마다 녹음 짙은 크고 작은 숲이 지천이다. 폭염경보 속 불더위에도 우리 주변엔 초록으로 휘감은 풍성한 숲들이 있고, 숲엔 바람이 산다. 녹음과 바람, 우리에게 넉넉한 베풂이 있어 7월은 더위의 기승에도 살 만한 계절이다.

덥다, 덥다 투덜대지 말고 가까운 숲 그늘에 앉아,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고장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이육사의 <청포도> 첫머리라도 낭송할 일이다. 해맑은 목소리에 뜻밖에 7월의 숲속에서,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하고 이어 갈지 누가 알랴. 마음이 7월을 품으면 될 것을.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초록에 물들어 푸르다. 푸르러 한빛으로 싱그럽다. 7월은 천지를 뒤덮은 녹음으로 가슴 벌려 허한 구석구석을 한가득 품어준다. 느긋한 여유와 널널한 포용의 달답다.

6월 하순께 장마가 왔다. 까딱하다 7월 한 달 비가 걷히지 않으리라는 예보도 들린다. 장마가 오래 계속되면 비가 숲을 이뤄 장림(長霖)이다. 후텁지근한데 눅눅하면 견뎌내기 힘들다. 여름 손님은 호랑이라지만 대수랴, 반바지 민소매 바람으로 바람 살랑이는 숲속에 한 자리 틀고 들앉아 명상에 들면 좋을 것이다. 홑적삼에 바지 아니라도 조선의 한량 코푸레면 어떤가.

도인이 따로 있나, 푸른 숲에 앉아 마음 하나 붙들고 있으면 되는 게지. 이쯤애서 흐르는 땀도 잠시 들이게 될 것이니. 고단한 일상을 구실 삼아 늙은 나무등걸에 등 대고 앉아 아시잠이나마 깜빡 붙이면 덤벼들던 피로가 순식간에 슬어질 것을. 간간이 숲 그늘을 흔들고 지나는 한 떨기 건들바람에 몸도 가슬가슬해 있을 것이며.

7월은 초·중복이 들어 있는 달이다. 예부터 복날에 닭을 고아 먹어 여름을 났다. 몇 마리라더라, 나라 안의 닭들이 떼 죽임을 당하는 달이다. 또 하나, 보신탕으로 한 차례 갈등을 겪는다. 개가 반려로 대우받는 세상이라 생판 달라졌으나 즐기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쉽지 않아도 실마리를 잡아야 할 일이다. 7월은 왕성한 생명의 계절인데 살생의 한철이기도 하다. 이 웬 모순의 극단에 있어 머쓱하다. 나는 불심 깊은 아내 눈치를 보다 좋아하던 음식도 내려놓았다.

7월은 산지사방이 초록. 나무들 물 퍼 올리는 소리에 힘이 불끈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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