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家訓)
가훈(家訓)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얼마 전 TV에서 한국코믹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실력이 없는 자식을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법정 투쟁까지 벌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인데, 그 집안의 가훈이 벽에 걸려 있는 장면이 나온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쓰인 액자를 가리키며 아버지는 아들을 훈계한다.

‘뭐 이런 가훈이 다 있나’ 실소를 하다가 문득 우리 시대에 과연 가훈을 가지고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니 십중팔구 없는 경우가 태반일 듯 싶었다.

가훈이란 한마디로 집안의 가장이 자녀들에게 주는 교훈으로, 집안에서 지켜야 할 법도를 말한다.

가정의 윤리적 지침으로서 가족들이 지켜야 할 도덕적인 덕목을 제시하는 것으로, 가정 구성원 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고 재산을 지키고 입신양명해 조상을 빛내는 행동강령이라 하겠다.

가훈은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때 동진(東晉),북주(北周) 등 여러 나라에서 높은 벼슬을 지냈던 안지추(顔之推)가 지은 안씨가훈(顔氏家訓)에서 유래됐다 한다.

안씨가훈은 가족 도덕과 학문.교양.사상.생활양식과 태도, 처세와 교제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인 체험과 사례 등을 자세히 기록해 가족의 좌우명으로 삼음으로써 시세에 편승하지 않고 소박하고 검소한 가정생활을 이상으로 삼도록 했다.

우리 조상들도 집안마다 가훈을 세우고 대대로 내리우면서 생활의 실천규범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가훈으로는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 집안의 ‘충효(忠孝)’, 고려시대 최영 장군의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밀양 박씨 문중의 ‘입은 화복의 문(口者禍福之門)’ 등이 있다.

이러한 가훈은 사회가 산업화.현대화되고 핵가족화가 가속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점차 변해갔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서는 집안이나 문중 단위보다는 핵가족 단위에서 지킬 수 있는 성실, 사랑, 건강, 절약, 효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가훈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가훈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하나 요즘 들어서는 가훈을 가지고 있는 집을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아니 가훈이란 개념 자체를 아예 잊고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이 사회에 도덕불감증이 팽배하고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면서 정신적 혼란이 야기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가훈이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