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중국산 옥돔이 제주산으로 둔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에서 두 번째, 제주에서는 최초로 ‘수산식품 명인’에 오른 A씨는 홈쇼핑에서 “제주에서 옥돔은 귀한 생선으로, 우리 식구가 먹는 것처럼 성의를 다했다”고 했다.
40년 동안 천일염으로 옥돔에 문질러 염장하고, 전통방식으로 숙성·건조를 했다는 이 옥돔은 알고 보니 중국산이었다.
제주해경은 옥돔 1㎏ 도매가가 5만원인데, 수수료 35%와 유통비를 떼고도 홈쇼핑에서 4만원에 판매하는 게 수상쩍어 A씨의 가공공장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곳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적힌 포장박스가 쏟아져 나왔다.
그해 7월 발생한 중국산 옥돔 파동은 9월 추석 대목까지 이어졌다. 제주산 수산물의 이미지가 추락해 도내 수산업계 매출액은 한 때 40%나 떨어졌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서는 매장 내 ‘명품 목록’에서 제주산 옥돔을 빼버렸다.
일선 수협의 옥돔 경매가는 전년 대비 70%까지 떨어졌고, 경매가 진행되지 못한 사례도 나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임박해졌다.
원전 오염수에는 여러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일본은 세슘과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은 이 처리수를 대량의 바닷물로 희석해 국가 안전기준의 40분의 1로 떨어뜨려 방류할 예정이다. 오염수 방류를 위해 1㎞ 길이의 해저터널 공사는 이미 지난달 마쳤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3.4%는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했다.
또 응답자의 48.6%는 원전 방류 때 제주여행 관련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용역 결과, 제주산 수산물 소비 감소폭은 평균 49.1%로 조사됐다. 2021년 제주 수산물 생산금액은 9121억원으로 소비 감소폭을 대입한 수산업 피해액은 연간 4483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 5월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부에서 잡은 우럭에서 무려 1만80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안전 기준치의 180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원자력 과학자들은 “세슘 검출 우럭은 방사능 농도 측정을 위해 가두리 양식장 형태로 막아 놓은 후쿠시마 항내에서 잡은 것으로 식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세슘 범벅 우럭은 결국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는 모니터용인 것이 밝혀졌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곧 이어 천일염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제주에서도 ‘소금 사재기’가 벌어졌다.
소금과 건어물 사재기 조짐은 오염수 방류 전에 안전한 수산물을 확보하려는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본격 방류가 시작되면,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생선은 소비 중단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은 과학과 정쟁이 얽혀버렸다. 근거 없는 괴담으로 공포를 조성해서는 안 된다. 비과학적이거나 사실이 아닌 선동은 도내 수산업계에 이어 관광업계까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옥돔의 제주산 둔갑 사태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