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희생자로 등록되지 않은 수형인이 결국 제주가 아닌 광주에서 재심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제1부는 4·3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수형생활을 한 고(故) 한상용씨의 재심 개시 결정과 관련해 유족들이 제기한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1949년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 고문을 받은 한씨는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수형생활을 했다.
하지만 유족인 아들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4·3희생자 신고를 하지 못했고,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을 받아 4·3특별법에 따른 직권재심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결국 유족들이 직접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을 청구했다.
제주지방법원은 한씨가 4·3 당시 불법구금과 고문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이 “유족의 진술 청취 외에는 다른 심리가 진행되지 않아 객관적 조사가 필요하다”며 항고를 제기하면서 재심 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더군다나 광주고등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 항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이 아닌 광주지방법원으로 이송하기까지 했다.
이는 제주지법이 내린 재심 개시 결정을 파기하고 광주지법에서 한씨의 재심 개시 여부를 다시 검토하라는 것으로 한씨가 4·3특별법에 따른 직권재심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4·3 당시 재판이 이뤄졌던 광주지법에서 재심 개시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 재항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유족들은 앞으로 광주지법에서 재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아직 희생자 신고를 하지 않은 4·3 일반재판 수형인들은 앞으로 전담재판부가 있는 제주지법이 아닌 다른 지방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