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인간의 고유한 특성과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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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석, 前 초등학교교장·수필가

공원 산책길에서 아름답게 활짝 핀 코스모스 꽃밭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꽃밭에는 몇몇 관광객들과 작고 귀엽게 생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활짝핀 코스모스 군락을 보며 “우와! 코스모스가 곱게 피였네요. 꽃내음이 향기로울 것 같아요. 여기서 잠깐 포토타임 갖고 기념사진 한 장 찍도록 합시다. 네 그럽시다. 가엾어라! 이 코스모스는 버려진 과자봉지로 일부가 덮혀 있네요. 그렇군요. 코스모스가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워하고 있을까요. 빨리 치워줘야겠어요”라는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꽃송이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 맡아보기, 셀카봉으로 사진 촬영하기, 또 어떤 이는 그 덮허 있는 과자봉지를 제거한 후 꽃잎이 서서히 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보람스러운 듯 기뻐하고 있다. 꽃밭이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문득 어느 동요 가사가 떠올랐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중략) 애들하고 재밌게 뛰어 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같이 살자 그랬죠” 여기서 ‘아빠는 꽃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같이 살자 그랬죠’라는 대목에서 “꽃같이 살자”라는 말에 특히 마음이 끌렸다.

이 말을 음미해 볼 때 “꽃같이 아름답게(훌륭하게·좋게) 살자”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는 꽃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같이 아름답게(훌륭하게·좋게) 살자 그랬죠”라고 시사해 주고 있는 이 대목의 의미심장함과 훌륭함이 감동적이다. 평소 꽃 핀 산책길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흥얼거려지는 동요다.

한편, 작고 귀엽게 생긴 반려견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반려견은 코스모스의 아름다움이나 훌륭함뿐만 아니라 과자봉지 쓰레기로 덮힌 코스모스의 불편함에도 무감각하게 보였다. 개들은 비교적 지적능력이 뛰어난 동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기대할 만한 반응이 없어 좀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여기서 인간과 동물의 ‘미(美)에의 성향’ 다시 말해서 아름다움(훌륭함·좋음)에의 성향이 비교 되면서 그 차가 천양지차(天壤之差)임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아름다운(훌륭한·좋은) 것을 사랑하는, 다시 말해서 아름답게(훌륭하게·좋게) 되고 싶어하는 고유한 특성을 지닌 존재로서. 이러한 고유한 특성을 발휘하여 인류공동체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발전시켜가는 아름답고 가치로운 존재다.

산책길에서 보도가 있는 도심지 이면도로 등을 통행하다보면 보도 한 쪽에 설치된 화단에 식재되고 있는 화초(꽃나무)의 잎이나 줄기 사이 등에 바람에 날려왔는지 아니면 통행인이 착각하여 버린 것인지 과자봉지, 빈 음료수 캔 등 쓰레기로 덮여 있거나 끼여 있는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인간은 이러한 모습을 발견했을 때도 역지사지, 측은지심 등의 마음으로 배려하여 그 쓰레기를 임시나마 화단의 한쪽으로 치워두고 갈 줄 아는 아름답고 가치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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