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블루오션, 용암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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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학,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논설위원

조선후기 사람인 김선달은 어느 날 한양에서 욕심 많은 부자 상인이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실로 기상천외한 사기극을 연출한다. 그는 대동강에서 물을 길어가는 평양의 물장수들에게 대동강물을 사가는 것처럼 연출하도록 사전에 지시한다. 다음 날 한양의 부자에게 자신이 물장수에게 물세를 받는 장면을 보여준 다음 임자 없는 대동강물을 거금 삼천 냥에 팔아넘긴다. 이튿날 부자 상인은 김선달처럼 강변에 가서 대동강 물세를 거두려다 물장수들에게 몰매를 맞고 쫓겨난다.

김선달 설화는 하나의 사기행각으로 꾸며진 것이지만 공유자원을 사유화해서 팔아먹은 초유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산림천택(山林川澤)은 백성들과 공유한다는 기조를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특정 목적으로 금지된 구역이 아닌 이상 백성들은 근처 야산이나 하천, 갯벌, 바닷가 등지에서 다양한 자원을 채취하여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갯벌의 간척이나 산지의 개간을 통해 공유자원이 점차 사유화되었다.

최근 환경오염이 심화되면서 공유자원에 대한 인식도 변화되었다. 특히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음료수가 공유자원이 아닌 사적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육지부 강물이 오염되면서 이를 자원으로 활용하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짐에 따라 먹는 생수가 중요한 상품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김선달과 같은 강물을 팔아먹는 것은 아예 꿈꿀 수도 없게 되었다. 대신에 청정 지역의 수자원인 지하수가 새로운 먹는 물로 등장하였고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생수를 마시는 시대가 되었다.

제주도개발공사에서는 제주의 공유자원인 화산 암반수를 개발하여 ‘삼다수’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고 아직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니고 있다. 공유자원인 물을 팔아먹는 것은 김선달과 동일하지만 사기가 아닌 정당한 법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이렇게 판매되는 제주의 지하수가 무한자원이 아닌 고갈자원이라는 점이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해안가에 분포하고 있는 용천수의 수량도 현저히 줄어들고 이미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다. 농업용수를 비롯하여 중산간의 골프장, 숙박 시설에서 무절제하게 취수, 사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다가 우리 후손들이 마실 물이 사라질까 우려된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용암해수라는 강력한 공유자원이 있다. 용암해수는 제주 동부지역에 부존하는 염지하수로 현무암층에 의해 여과되어 항상 청정하고 유용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수자원이다. 특히 사용한 만큼 바닷물이 다시 유입되어 고갈 위험이 없는 순환자원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화산암반층에 의해 걸러져 오염되지 않는 깨끗함을 지닌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명품 식수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용암해수를 활용한 수산, 식품, 음료, 화장품, 의약 등의 상품 개발도 가능하여 연관 산업의 파급효과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설문대 할망이 제주에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적, 제도적 장치와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여 제주의 미래를 짊어질 대표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길 기대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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