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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시인/수필가)

“우리 회사는 이달부터 셋째를 낳는 구성원은 승진 연한이나 인사 고과 등의 조건에 관계없이 즉시 승진합니다. 넷째부터는 출산 직후 1년간 육아 도우미 비용을 100% 지원합니다.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자녀가 있는 지원자는 서류전형 가산점을 부여합니다. 자녀 1명당 육아 휴직을 2년 동안 무조건 사용합니다. 육아휴직 기간도 근속 연수로 인정해 휴직 중에도 진급 심사가 유효합니다. 육아휴직기간에는 기존 대기업보다 파격적으로 월급을 전액 보장합니다.”

최근 건설사업관리(PM) 기업 한미글로벌이 구성원의 출산 장려를 위해 밝힌 정책들이다. 파격적인 출산 인센티브의 배경엔 “저출산 해결에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김종훈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자녀 출산 문제를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600년전 세종대왕이 폈었던 애민 사상을 떠올린다. 조선왕조실록 1426년 기록을 보면, "경외공처(京外公處)의 비자(婢子·여종)가 아이를 낳으면 100일 동안 휴가를 주고, 이를 규정으로 삼아라"라는 대목이 있다. 또 아이를 낳기 한 달 전부터 쉬도록 하라는 것과 노비의 남편도 30일 쉬게 하는 정책을 시행했었다. 노비의 출산 휴가가 130일이었으니, 지금 법적 출산휴가 90일 보다 더 길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거리는 아이를 낳으면 경력이 단절되고, 대학까지 보내려면 한 명당 3억 원이 들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의대반, 비의대반으로 나누어지고, 소아 응급실이 없어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는 출산과 육아의 선진국으로 오래 전부터 프랑스와 독일 등을 꼽아왔다. 프랑스에서는 3세에서 6세까지 90% 이상의 아동들은 유치원에 취학한다. 물론 학비가 무료이고, 급식비 월 30유로에서 130유로 정도 부담한다. 대학입학은 최대 24개 학교까지 지원할 수 있고, 모든 대학은 국공립이다. 1년 등록금은 180유로(약 26만원)에 불과하기에 장학금은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생계 걱정 없이 학업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데 목적을 둔다. 90%이상이 국공립인 독일 대학은 한학기당 300유로(42만원) 정도인데 학비라기보다는 시설 이용료의 성격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약 50%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는데 지급 조건은 전적으로 부모의 경제 수준이다. 장학금 규모는 부모 수입에 따라 8단계로 나뉘는데, 최저 월 145유로(약 21만원)에서 최고 월 633유로(약 92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성적 우수자에겐 매달 100유로씩이 더해진다. 파리 시내에는 40여개의 학생식당의 식사가 장학생들에겐 1유로(1,400원)에 제공된다. 박물관에 가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에겐 파리의 200여 개에 달하는 박물관이 놀이터다. 가장 비싼 입장료를 받는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의 어른 입장료는 17유로에 달하지만, 26세 미만에겐 모든 박물관이 무료여서 제 집처럼 드나든다. 청소년들에겐 문화 패스(Pass Culture) 적립금 300유로(약44만원)가 제공되어 원하는 문화 경험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선진국의 출산 비전은 한마디로 “아이를 낳으면 키우는 것은 국가가 책임진다.”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거의 비숫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었다. 그런데 전문가의 진단은 정반대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2006년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이 지속되면 지구 위에서 사라질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의 해결책으로 한국다운 것을 버리라고 제언했었다. 한국다운 것은 가부장제와 가족 중심주의, 과도한 업무시간과 성별 임금 격차, 입시 과열과 치솟는 사교육비, 그리고 비혼 출산을 터부시하는 문화 등이다. 정확한 진단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대 정부에서 제시해온 대책들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육아 휴직 기간 확대, 아동 수당 지급 등 무실속 방안의 재탕, 삼탕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은 어쩌면 단순해 보인다. 프랑스와 독일의 제도와 지원, 세종의 애민 통치 이념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가져다 쓰면 되지 않을까 푸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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