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타이밍. 동작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순간 또는 그 순간을 위하여 동작의 속도를 맞춘다(국립 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는 뜻이다.

흔히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일, 사랑, 인간관계, 배움 등등 모든 것이 시기의 선택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언제 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결과가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되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타이밍을 맞추는 걸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신중함과 조급함의 경계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회 초년생 시절 직장 상사는 가히 ‘타이밍 예찬론자’였다. 온종일 책상에 붙어 앉아 있는 직원들 보기가 불편했던 그는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그 시행 시기를 놓치면 모든 일이 허사”라며 ‘Timing’이라는 단어가 크게 새겨진 글자판을 사무실 한쪽 벽에 붙일 것을 지시했다.

예상치 못한 난데없는 지시에 왜 그러실까 싶기도 했고,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겠거니와 벽에 붙은 영어 단어 하나에 신경 쓸 일이 있겠나 하는 마음에 크게 개의치 않으려 했다.

하지만 사무실에 들르는 사람마다 그 단어를 가리키며 의미를 묻는 경우가 잦아지더니, 급기야 우리 직장 사훈이 ‘Timing’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돌게 되었다. 이에 더해 시간이 흐를수록 ‘타이밍 맹신자’가 되어 가는 듯한 상사는 모든 일을 타이밍과 연관 지으며 능력을 따져대니 타이밍이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다. 한번은 행사 일정을 잡았는데 마침 비가 내렸다. 예상대로 그 상사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며 핀잔을 했을 정도니 그 수준이 충분히 가늠될 것이다. 비날씨도 예상 못하는 내가 정말 무능력한 것은 아닌지 쓰나미 같은 자괴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런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최상의 타이밍은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었다. 내가 행동하고 내가 실천하는 그 순간이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자기 최면을 걸면서 말이다. 그 후로 수년이 지났지만 그런 나만의 믿음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쏜살처럼 흐른 올해 상반기 사회복지 현장은 유독 절실하고 분주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위한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전면적인 개정 요구,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호봉제 요구 그리고 모 장애인 거주 시설의 인권침해와 시설폐쇄 조치 논란 등 하나같이 섣불리 접할 수 없는 민감한 현안들로 그랬다.

굵직한 현안들이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사업비 삭감을 얘기할 정도로 내년 지방재정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진심은 늘 위기 속에서 발현된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도정과 도의회의 의지가 확인될 것이다. 사회복지 현장의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고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