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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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홍보 수단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광고이다. 그중 현수막은 제작 비용도 저렴하고 홍보 효과도 크다 보니 너나없이 게시해 거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운전 중 거리의 현수막 내용을 훑다가 그만 뒤차 운전을 방해해 버렸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놀란 가슴 쓸어내린다. 뒤차 운전자의 방어 운전에 감사할 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선거 기간인가 싶을 정도로 정당 현수막이 거리에 내걸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정당은 신고·허가 없이도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이다. 장소 또한 제한이 없다 보니 안 막는 건지, 못 막는 건지 현수막이 학원가까지 침투하고 있어 안타깝다.

현수막 문구를 보면 우리가 보기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이런 문구를 보고 학생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아직은 판단 능력이 미성숙한 아이들이다. 보도되는 기사를 보면 거리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할 정도로 표현이 거칠고 폭력적이다.

옥외광고물법을 보면 일부 현수막 설치는 합법으로 인정되기도 하지만, 현수막을 설치하려면 허가받아야 한다. 허가받으면 지정된 게시대에만 게시할 수 있는데 그 기간도 일주일 정도이다. 이를 어기고 거리에 무단 게시했을 때 불법 현수막으로 단속반에 의해 바로 철거된다.

지금에야 궁금증이 풀렸다. 지난해 10월쯤이다. 지인이 소속한 단체가 경기 종목에서 우승해 축하 현수막이 거리에 게시되었는데 이틀 만에 철거돼 무슨 이유인가 했다. 아마 이런 이유에서 철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비슷한 장소에 게시된 정당 현수막은 철거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설치 조건과 기준에서 규제를 완화한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아직 우리 제주는 뉴스에 보도되는 현수막 문구처럼 과격하지는 않지만, 볼썽사나운 점도 없지는 않다. 이유야 어쨌든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특정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은 자제해 줬으면 한다. 제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목이 좋고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은 어김없이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비난과 비방에 혈안이 된 정당 현수막, 오히려 정치에 대한 나쁜 인상만 심어 줄 뿐이다.

정치 싸움에 왜 우리 시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운전 방해는 물론이고 폐현수막 발생 증가에 따른 환경문제 또한 심각하다. 소각 시 다량의 다이옥신과 대기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일부는 우산으로 재활용되고 있다지만, 폐현수막 발생량에 대해서는 아주 미흡한 수준이다. 어느 행사에서인가 폐현수막으로 만든 시장바구니를 배부했다. 그런데 그 많은 장바구니는 다 어디로 갔는지. 폐현수막으로 재활용한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시민을 별반 본 적이 없다. 나 또한 다른 용도로 몇 번 사용하다 보관 중이다. 우산도 장바구니도 보여주기식 재활용인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이 정당 현수막 또한 세금으로 제작될진대 세금 낭비하면서까지 현수막 전쟁을 해야 하는 까닭이나 속 시원히 듣고 싶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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