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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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찬, 수필가
임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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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각종 쓰레기를 보게 된다. 이와 관련된 민원과 말썽이 끊이지 않는 것을 목격하는 게 드문 일이 아니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버릴 게 별로 없었는데 살만하니까 버리는 게 너무 많다.

몸이 불어 입지는 못해도 버리기가 아까워서 누구에게 주고 싶지만, 예전에는 고맙습니다. 하면서 감지덕지하면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고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여 신발이라도 하나 더 주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주기가 민망해서 차라리 쓰레기로 처리를 한다.

식구가 옹기종기 양푼밥을 먹으면서 어머니는 먼저 슬그머니 수저를 놓으면 형제간에는 금을 그어가면서 밥 한 톨 남김이 없었는데, 밥그릇 따로 하고 좋은 반찬에 식사하면서 남기는 게 어떻게 많은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을 곳곳에 쓰레기 집하장이 마련되어 분리수거를 주문하는 현수막 아래 가지런히 통이 놓여 있지만, 관심을 두고 이용하는 주민은 별로다. 특히 도심과 달리 지켜보는 눈이 없으니 염치껏 실행하는 이도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휙 던져놓고 가는 얌체가 너무나 많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이 나와서 “이 쓰레기통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 냄새뿐 아니라 빈 상자가 마당까지 날아다니니 살 수가 없다.”“당장 치워 주세요.” 점점 언성이 높아간다.

요즈음 장마철이고 습기가 냄새를 널리 퍼 나른다. 가까이 있는 주민들은 필요한 것은 알지만, 이설 해 줄 것을 끈질기게 주문한다. 이를 어찌 님비현상이라고만 할 것인가. 행정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쓰레기 재활용 도움센터를 운영한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 예산 탓만 한다.

근래 도정의 숙원 사업 중에 쓰레기 처리장이 오랜 기간 어려움을 하나하나 해소하고 이웃 마을에 준공이 된 것은 도민 모두 축하할 일이다. 이제는 마을에 재활용 도움센터를 늘리고 활성화해야 한다. 재원 문제로 한꺼번에 실행되기는 어렵겠지만, 꾸준한 계획 추진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성과를 기대한다. 용지를 마련하는 데 겪는 어려움에는 주민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이번 달에도 마을 안에 있던 집하장 두 곳이 주변 민원에 의해 철거가 되었다. 당장은 깨끗해져서 만족하겠지만, 마을 내 어느 구석엔가는 오염이 시작될 것이다. 집하장이 존재했을 때는 염치와 얌체가 반반이었지만, 철거되면 얌체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마을의 어느 웅덩이 또는 바다나 외진 곳에 버려질 것이다.

얌체를 욕하고 벌한다고 해결될 수가 없다. 근본적으로 얌체가 생기지 않도록 행정에서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도백은 제주도에 플라스틱 쓰레기 제로화의 슬로건을 내걸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합하면서 물량 대비 쓰레기 비닐을 나눠 주는데 이도 홍보가 미흡하다. 도 차원에서 온갖 쓰레기를 처리하는 공장이 준공됨에 따라 각 지역에도 쓰레기 재활용 도움센터를 양산하여 고용 창출에 힘쓰고 얌체를 획기적으로 염치 쪽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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