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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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시인·수필가

자가 진단으로 정신건강은 맑음이나 신체 건강은 흐림이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약을 먹어온 지가 오래다. 병원을 드나들며 비교적 관리가 잘되는 편이라 여겨왔는데 올해 들어 난청이 심해지고 시력도 나빠지는 걸 느낀다. 게다가 걸음이 느려지고 길바닥에 신발 스치는 소리가 적신호를 알린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체질량지수를 재본 결과 놀랍게도 과체중을 넘어 비만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무릎 통증이 일 때면 체중을 줄이자고 하면서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당뇨로 걸핏하면 허기가 찾아들어 다이어트는 생각지도 못한다.

봄부터 마당을 서성이며 햇볕에 우울한 감정의 찌꺼기를 태우노라니 일상의 한 토막이 되었다. 올여름 불더위에서는 잠시만 밖에 있어도 구슬땀이 솟구친다. 권투선수가 체중을 줄이느라 비 오듯 땀 흘리는 모습이 떠올라 바로 이거라고 무릎을 쳤다. 부러 땀을 흘리자며 마당을 들락거리고, 지난달부턴 아침저녁 동네길 걷기에 덧붙여 점심 후에도 30분 걷기에 돌입했다. 누가 보면 많이 모자란 짓이라고 나무라겠지만 도전이란 말로 나를 위로한다.

얼굴과 팔은 농익게 태닝이 되어 구릿빛으로 변했다. 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바닷가에서 놀며 온몸을 까맣게 태우고 여기저기 껍질까지 벗겨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집에서 노는 사람치고는 좀 심한 살빛이라, 아내는 베트남 아저씨라고 놀려댄다.

또 하나 별난 짓을 했다. 예년에는 벌레들의 느닷없는 만찬에 텃밭의 깻잎들이 무참히 무너졌는데, 올해는 아내가 농약을 두 번 친 결과 여태 싱그러운 상태다. 체지방을 줄인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한 보름쯤 날마다 두세 번씩 식사와 별도로 깻잎을 네댓 개 따서 수돗물에 씻고 먹었다.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감돌고 더는 쪼갤 수 없을 만큼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

어느 효과인진 몰라도 체중이 3㎏ 남짓 줄고 뱃살도 좀 빠졌다. 체질량지수도 비만에서 과체중으로 낮아졌다. 정상에 진입하려면 체중을 6㎏ 더 줄여야 한다. 아득하지만 목표가 있다는 건 삶의 활력이다. 건강을 위해 이것저것 실행해 보려고 한다.

이른 아침 홀로 걷다가 늘 바라보는 게 있다. 뿌리째 뽑혀 길가에 버려진 30년은 더 됐을 소철이다. 버림받은 사연은 알 길 없으나, 이처럼 큰 불행을 당하고도 절망하지 않는다. 살고 싶다는 침묵의 절규가 사방으로 퍼지고, 예제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진다. 아침 햇살이 다가와 힘내라고, 바람이 등을 다독이며 살아갈 수 있다고, 빗방울이 목을 축이라고 응원한다. 그래서일까 봄에 조그만 싹을 내밀더니 이젠 여러 잎이 하늘을 향해 많이 자랐다. 자연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가 보다.

무시로 전달되는 폭염 주의 안내문자를 역행하고 한낮 걷기를 이어가는 것은 작은 성취감에서 비롯되는지 모르겠다. 실제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지 않은가. 아무리 좁은 도랑이라도 두 다리를 움직여야 건널 수 있는 법, 스스로 가둔 한계에서 벗어나 노력해야겠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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