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보상금, 가족관계법 개정 취지에 맞게 지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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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시인/4·3조사연구원

최근 4·3보상금 지급과 관련 유족들이 겪는 어려움은 간단하지 않다. 특히 희생자의 상속권을 두고 사후 양자인 경우 그 해석은 중구난방이다. 우리 민법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양된 사후 양자의 보상금 상속권은 인정하고 있다. 희생자의 배우자가 희생자의 실제 사망일 이후 입양 신고하고 사망 신고한 경우에는 민법 제138조 무효행위의 전환에 따라 양자로서는 무효이지만 사후 양자로서는 인정되므로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상속 권리에도 불구하고 보상금 신청이 거부된 사례가 나타나 걱정이다. 4·3당시 애월면 고성리에 거주했던 강모씨는 같은 동네 문모씨와 결혼을 했다. 남편 문씨는 4·3때 젊은이들이 마구잡이로 잡혀갔던 것처럼 경찰에 잡혀가 결국 형무소에 갇혔고 생사를 알 수없는 행방불명자가 되었다.

강씨는 남편을 10년이나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주변의 재가 권유도 마다했다. 남편이 잡혀간 이후 태어난 자식을 홍역으로 잃은 강씨는 스스로 문씨 집안사람으로 규정하고 남편과 혼인신고를 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사망신고도 했다.

이로부터 20년, 강씨는 노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세월은 흘렀다. 강씨는 늦게 양자를 들였다. 남편 일가인 문씨 집안사람이었다. 양자는 강씨인 어머니를 모시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양부의 제사는 물론 벌초 등 자식으로 책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4·3특별법제정으로 양부의 4·3희생자 신고도 했고 희생자로도 결정되었다. 그런데 양자의 어머니인 강씨도 얼마 전 세상을 등졌다.

지난해부터 4·3보상금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보상금 지급에 따른 신청을 통보받은 양자는 4·3보상법이 정한 서류를 갖추고 보상금 신청을 했다. 그러나 담당공무원은 접수를 거부했다. 희생자의 상속권과는 상관없는 관계여서 접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양자는 황당했다.

양자는 수소문 끝에 4·3관련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양자는 다시 보상담당부서를 방문하고 양부와의 관계가 아닌 희생자의 배우자인 어머니의 권리를 주장했다. “나는 어머니에 의해 입적된 양자이다. 어머니 남편인 희생자의 권리는 배우자인 어머니에게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권리를 상속받고자 하니 보상신청서를 접수해 달라”고 했다. 접수는 끝내 거부되었다.

양자는 4·3보상금 신청을 거부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4·3보상금 지급 담당자의 태도가 납득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상속권을 아들이 요구하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자는 법률에 의한 구제를 생각하고 있다.

4·3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희생의 유형이나 권리주체도 간단하지 않다. 4·3보상금의 상속권은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4·3보상금 지급은 담당부서의 공무원에 의해 해석되는 사안이 아니다. 4·3특별법에 따른 보상위원회의 판단은 물론 4·3전문가에 의한 구제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 4·3보상금은 가족관계법 개정 취지에 맞게 지급되어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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