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갯벌과 세계잼버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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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논설위원

다큐멘터리 ‘수라’를 보았다. 10만의 도요새가 수라 갯벌을 날고 있었다. 도요새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우리나라 서해에 잠시 쉬었다가 알래스카로 날아가 번식한다. 알래스카에서 태어난 도요새는 어미 새가 떠난 후 십여 일 동안 1만 2000㎞ 이상의 거리를 쉬지도 않고 호주로 날아간다. 낮에는 해를 보며, 밤에는 별자리를 보며, 자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날아간다. 그런 도요새 떼의 춤사위, 그 아름다움을 보아버린 죄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20년간 수라 갯벌을 지키며 살고, 그 모습이 아름답고 안타까웠던 황윤 감독은 새만금을 7년 동안 촬영하고  ‘수라’를 내어놓았다.

  그곳 새만금에서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렸다. 폭염 대비도 못하고, 부실한 대비와 운영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하필 왜 그곳에서 대회를 연 것일까?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유치를 두고 폴란드와 경쟁하던 2017년 전라북도는 개최 타당성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한국스카우트연맹 창립 100주년(2022). 둘째, 환경 면에서 새만금이 최적지. 셋째, 세계스카우트 대원 가운데 아시아인이 80%.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중시하는 세계잼버리이니 산과 갯벌이 있는 새만금이 최적지라 강조했다.

그런데 새만금 간척지는 1991년에 시작해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온갖 탐욕으로 채워진 매립지임을 스카우트 대원들은 알고 있을까? “인류의 도전과 개척의 정신을 담은 미래의 땅”(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이라고만 새만금을 말하는 게 적절한가?

정부는 부안과 군산을 연결하는 33.9㎞의 방조제(기네스북에 등재)를 만들고, 해평 갯벌, 계화도 갯벌, 수라 갯벌을 매립해 왔다.(지금은 수라 갯벌만 남았다.) 서울 면적의 3분의 2, 프랑스 파리 면적의 4배에 이르는 터전에 간척 토지 2만8000헥타르, 담수호 1만1800헥타르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애초 개발이 더뎠던 전북 지역 개발을 부르짖는 정치인들의 공약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처음에는 농지를 공급하겠다고 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산업 용지 비중을 늘려 왔다. 

이런 와중에 부안군에서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운동이 환경 운동 단체와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시화호의 썩은 물이 서해에 방류되는 걸 보면서 전북의 생활하수와 공단의 오·폐수, 축산 폐수 등이 만경강과 동진강을 통해 흘러든 제2의 시화호를 떠올렸다. 2003년 새만금 살리기와 반전 평화를 염원하며 60여 일간 305㎞를 삼보일배하며 청와대에 이르렀다. 환경론과 개발론은 첨예하게 대립하며 4년 7개월 소송전을 벌였는데, 2006년에 간척사업 계속 추진 판결이 났다. 2006년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끝나면서 동력을 잃은 듯했다. 하지만 환경 단체는 장승을 세우며 갯벌 복원을 부르짖었다. 

2020년 12월부터 바닷물이 배수갑문을 통해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 새만금의 수질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 ‘수라’에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 방조제를 만들어 바닷물을 막아버리자 갯벌의 온갖 생명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바닷물을 기다렸다. 그러다 비가 내렸다. 바닷물인가 하여 입을 쩍쩍 벌렸던 가리비, 굴, 백합, 농게, 칠게, 망둥어 등 헤아릴 수 없는 생명체들이 화석처럼 굳어 갯벌에 깔렸다. 세계잼버리대회를 그렇게 죽어간 새만금의 생명, 지구 생태 위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대회가 무사히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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