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피커와 체리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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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체리피커(Cherry Picker)는 신 포도 대신 달콤한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으로, 케이크에 장식된 달콤한 체리만 빼먹는 사람에 비유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뜻이다. 상품은 구매하지 않고 기업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이용해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를 일컫는 용어로, 혜택은 받으면서 구매는 하지 않는 소비자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쇼핑몰 경품을 위해 주문하고 당첨되지 않으면 반품하는 소비자, 신용카드로 놀이공원‧극장 등 할인 혜택만 누리는 소비자로, 기업은 체리피커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체리피커 대처법을 마련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카드 많이 쓰세요”하고 할인‧적립 혜택을 실적 없이 제공하던 때가 있었다. 체리피커들이 이 틈새를 이용해 공짜 영화 보기, 반값 에버랜드 가기,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반값 밥 먹기 등 혜택만 누렸다.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악화하자 전월 10만원/3개월 30만원으로 시작해 전월 30, 50, 70만원으로 전월실적제를 도입했지만 체리피커들의 혜택 빼먹기가 계속되자 통합할인한도를 도입했으며, 이어서 할인항목을 전월실적산정에서 제외했고,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결제금액제을 도입했다. 소액결제가 많은 편의점에도 최소결제금액을를 적용해 카드사가 이윤보전을 위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은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를 유치하고 신상품을 소개하면서 구매를 유도하는 미끼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체리피커는 상품은 구매하지 않고 혜택으로 실속만 챙긴다. 

기업으로서는 매출은 정체되고 지출은 늘어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얄미운 소비자지만 소비자로서는 실속을 잘 챙기는 똑똑한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체리슈머(Cherry Sumer)는 체리피커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체리피커가 진화한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알뜰하게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로 합리성과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의미한다. 

체리슈머는 효율적 소비를 추구하는 알뜰 소비자라는 점에서 구매하지 않고 혜택만 챙기는 얌체소비자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체리피커와는 다르다. 

불황에 대처한다고 무조건 소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과 욕구를 잘 파악해 필요한 만큼 구매하고 공동 구매하는 실속 있는 소비를 추구한다. 필요한 상품과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균형을 맞춰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동일 제품을 어떻게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고물가시대에 과시소비가 줄고 효율적 소비를 추구하는 체리슈머가 많아지면서 판매업계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동구매 플랫폼이 생기고 품목도 식품 외에 의류, 화장품, 전자제품 등 다양해졌으며, 지출을 줄이면서 버리는 것이 적어 효율적인 소용량 제품을 과일, 채소, 축산, 수산, 초밥 등 다양한 제품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필요한 양만 구매할 수 있게 농산물을 낱개로 판매하고, 소포장 깻잎, 양배추, 바나나, 사과 등의 출시로 편의점에서 간단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체리슈머는 불황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불황관리형 합리적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고물가 불황상황에는 체리슈머가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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