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먼과 줄리언 무어의 연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 '디 아워스'는 그의 소설 '세월'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커닝햄이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끝에 있는 도시 프로빈스타운을 처음 방문한 것은 스물여덟살 때였다. 프로빈스타운의 '예술창작센터'에 머무르면서 10월부터 5월까지 글을 쓰게 된 그는 대서양에 둘러싸인 이 땅끝 도시가 아무 할 일이 없는 도시라는 것을 알게된다.
관광객이 북적이는 여름을 제외하면 한줌 주민들만 남아있는 프로빈스타운의 겨울은 도시의 소음에 익숙한 그에게는 낯설기만 했다. 그러나 그는 그 후 십여년간 맨해튼과 프로빈스타운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결국에는 내가 프로빈스타운과 사랑에 빠졌다. 이상하고 짜증스럽고, 위험할지도 모를 사람을 만났는데 결국 그 사람과 결혼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커닝햄이 쓴 '아웃사이더 예찬'(마음산책 펴냄)은 그가 예술가이자 동성애자들의 낙원인 프로빈스타운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소소한 감상들을 적은 산문집이다. 망명자와 반항아, 이상주의자들의 고향이었던 프로빈스타운의 유서깊은 명소와 작은 재밋거리를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게이 임을 일찌감치 공개한 커닝햄은 프로빈스타운에서 만난 동성 연인과 프로빈스타운에 만연한 에이즈 문제도 숨기지 않는다.
그가 섬세한 연애시(詩)처럼 감정을 듬뿍 실어 들려주는 프로빈스타운 이야기는 누구나 꿈꾸는 탈출구나 휴식처에 대한 동경에 불을 지핀다.
"12월 중순의 어느 순간, 땅거미가 질 때, 프로빈스타운 서쪽 저 먼 끝, 갯벌에서 도로가 막다른 길에 닿아 휘어져 되돌아오는 곳, 서 있는 것은 불 밝힌 전화부스 뿐. 그 파리한 노란 불빛 상자 뒤로, 검푸른 갯벌과 검붉은 하늘. 그 사각형 불빛과 그 너머의 갯벌이 명확히 표현하기에는 너무 궁극적이고 황량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듯, 나는 가만히 선 채 그곳을 바라보곤 했다" 원제 'LAND'S END'
조동섭 옮김. 228쪽. 1만1천원.(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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