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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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시인

6·25전쟁으로 피난민 천막학교를 찍은 사진과 유튜브에서 ‘학교가는 길’이라는 영상 보기를 좋아한다. 피난살이의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은 이어졌으며, 절벽을 넘고, 얼음강 위를 걸어가며, 책을 머리에 이고 헤엄쳐서 강을 건너 학교에 가는 장면을 보면 감동한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인류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지름길이기에 학교가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인해 교육현장의 혼란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그래서 교육권을 쇠락시키는 일들이 회자되고 교권회복방안이 논의 되고 있다. 오죽하면 신규교사가 생을 포기할 만큼 힘들었겠느냐는 동정 여론이 일어나고, 교사들이 겪었던 각종 고충들이 드러나고 있다. 녹음기를 넣어 교사를 고소한 웹툰작가 주호민의 일탈에 이어 황제 DNA 사건을 일으킨 교육부 5급 공무원의 갑질 사건, 카이스트 경영대 나와서 미국에서 MBA를 마쳤다는 학부모의 기사를 보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학생들로부터 매 맞는 교사가 1일 평균 8.3명이라니 유구무언이다.

십여 년 전부터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교원노조 등의 주장은 억압되었던 학생들의 인권을 대변했다. 그 동안 교육은 엄하게 가르치는 게 당연하고 교사의 체벌은 용인되었다. 그래서 교사로 지내는 것을 교편을 잡는다고 하며, 학생들을 군인들처럼 엄하게 가르쳤던 교육 방법이 이어져 군대처럼 규율을 강조한 면이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이름 아래 학생들을 과격하게 대했었다. 매를 들어서라도 잘 가르쳐달라고 하는 부모가 많았고, 매를 만들어 학교에 보내는 부모까지 있었다. 그래서 교직을 떠난 지금은 상처를 입은 제자들에게 늘 미안하다.

학생들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며, 학생들을 보호할 제도 역시 필요하다. 다만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처럼 학생인권조례가 논의되면서 학생들의 일탈된 행동을 교사들이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교육을 방해하고, 때로는 각종 폭력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고 교사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등 혼란스러운 교육현장을 생각하면 피난지에서도 공부를 했던 학생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덩달아 학부모들의 지나친 참여는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말았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3박자에다 사회와 국가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교육은 물 건너가는 일이며, 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한 학생의 장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결코 밝을 수 없다. 교사를 무시하면서 교육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공염불이다.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하고, 교권·학습권 보호 계기를 만들어 생활기록부 기재를 하고 교장·교감이 책임지는 것만으로는 교육현장이 정상화될 수 없다.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는 승패의 관계가 아니며 승승의 관계여야 하며, 교육가족은 서로 존경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선생님 교육 활동 보호 우리가 앞장’, ‘학생들도 교권 보호’ 나섰다는 기사제목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학교의 정상화를 기대한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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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2023-08-24 10:51:11
공감합니다.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처럼 학생인권조례가 논의되면서 학생들의 일탈된 행동을 교사들이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학생의 인권존중 권리만 강조하고 학생의 책무는 없는 것인지?
어느 순간 교직관이 허탈감을 느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