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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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오늘은 가을이 깃드는 처서다.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오며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한다. 한자론 멈출 ‘처(處)’에 여름 ‘서(處)’다. ‘더위가 그친다’는 의미다.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점으로 양력 8월 23일 무렵에 든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했다. 말 그대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그렇다. 계절은 절대 절기를 이기지 못한다.

▲고려사(高麗史)는 삼국사기(三國史記)와 더불어 우리나라 2대 정사 중 하나다. 거기엔 처서 이후 15일을 5일 단위로 다음과 같이 구분해 놓았다. ‘첫 5일 간인 초후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 간인 차후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엔 곡식이 익어간다.’

예부터 처서가 지나면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따가운 햇볕이 누그려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한가위를 앞두고 벌초하며 성묘하는 풍습이 그래서 생겼다고 한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맑은 바람과 충분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어서다. 처서 날씨에 농부들의 관심이 많은 이유일 게다.

한데 처서에 비가 내리면 독의 곡식이 준다고 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벼에 빗물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기 때문이다. 해서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한다.

▲어제부터 2차 장마가 시작되면서 제주와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60mm 안팎의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비는 오늘도 이어져 전국 곳곳에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한다. 이번 비는 25일이 되면 잠시 그친다는 예보다.

그나저나 ‘처서비’로 한창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한풀 꺾였다. 이제 장맛비와 폭염 등으로 요란했던 여름도 서서히 물러날 것이다. 잇딴 ‘이상동기 범죄(일명 묻지 마 흉악범죄)’로 사회가 뒤숭숭하다. 정치권은 여전히 시끄럽다.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올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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