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무궁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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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주, 수필가

저녁을 마치고 산책길에 나섰다. 길가에는 무궁화꽃이 탐스럽게 피어있고 그 사이로 애완견 푸들이 주인과 함께 나란히 걷는다. 세상을 이끄는 힘이 있다면 이런 자유로운 시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인지 상쾌한 웃음소리가 공기와 파동을 일으켰다.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 한 가족이 모여 게임을 즐기는 듯했다. 어릴 때 친구들과 많이 했던 것으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게임이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아빠인 듯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가족들은 움직이던 동작을 멈추더니 고장 난 로봇처럼 서 있다. 이런 분위기가 마냥 즐거웠는지 막내인 듯한 아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게임 분위기를 흩어 놓았다. 웬만하면 아이를 제외하고 따로 놀 수도 있겠지만 가족들은 그저 웃음으로 아이를 받아들인다. 무엇보다도 지금 함께라는 의미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듯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대화와 이해라는 두 창문으로 세상을 보라 했다. 부드러운 미소로 아이를 대한 가족들이야말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미리 터득한 게 아닐까.

평화로운 저녁, 어느 한 가족의 무궁화꽃 게임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오래전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은 기억도 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천재 물리학자와 대통령의 긴밀한 핵 발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의 핵 보유를 원치 않던 강대국 첩자에 의해 박사는 목숨을 잃고 만다. 자주적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노력했음을 작가는 소설 속에 담았다. 주변 국가의 위협에 대항하고 다시는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매일 아침 새로 피는 무궁화꽃을 닮은 것 같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독립군과 국내 애국지사들에 의해 광복의 의미를 더했다. 나라를 되찾겠다는 희망적인 꽃으로 인식되자 일제는 우리에게 더 많은 수탈과 핍박을 가했다. 고난의 삶 속에서도 우리는 어서 나라가 융성해지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 마음을 무궁화에 투영한 것이다. 간절한 희망이 담겼던 무궁화꽃,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핀 무궁화를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한때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던 무궁화, 이제는 전 지구인의 마음속에 펴야 할 간절한 꽃인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곳곳으로 많은 재난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홍수가 일고 한쪽에서는 대지가 타들어 간다. 하와이 마우이섬의 경우 나무뿌리 온도가 80도를 넘는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두려움이 밀려온다.

과학과 산업의 발전으로 생활이 편리해지긴 했으나 지구는 생명을 위협하는 지뢰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적색 불이 켜진 지구에 다시 녹색 불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에게 희망을 준 무궁화는 나라를 되찾고 가족을 만나게 했다. 이제 건강한 지구를 되찾기 위한 간절한 희망을 다시 무궁화에 투영해 보는 건 어떨까.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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