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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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우리는 매일 혹은 순간순간 감당하기 힘든 불안과 위협의 감정 속에 산다. 스트레스다. 웬만해서 벗어날 수 없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 할 정도다. 모든 영역에 존재해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맞서 싸우거나 도피하려 해도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불안, 우울, 초조, 심리적 반응이 밥맛을 앗아가기도 한다. 멀쩡하던 사람이 먹지 않게 되든 건 심각한 일이다. 신체적으로 삶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다는 적신호가 아닌가.

시간 압박, 건강 문제, 친구와의 불화, 대인관계, 금전관계 등 우리 주변엔 골칫거리가 쌓여 있다. 그것들에 둘러싸여 휩쓸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좌절해 기진맥진하게 된다. 심리적 탈진이다. 강도 높은 대인관계나 서비스를 요구하는 간호사, 교사, 종교인, 사회복지사, 변호사, 경찰관 등이 그런 직업군이다. 일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빼도 박도 못하니 병을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 직업병이 딴 게 아니다. 타인은 도우면서 자신은 돌보지 않을 때 나타나는 병증이다.

많은 관중 앞에서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앞둔 사람은 이미 강력한 스트레스라는 가파른 비탈에 서 있다. 빌표하려고 강단에 올라 관중을 쳐다보는 순간, 큰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심장이 요동치고 입이 바싹 마르고 손에 진땀이 나고 근육이 빳빳해 오고 숨이 가빠온다. 심리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긴장이 극도에 이르러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경우다.

이때, 기정사실로 주어진 환경과 내적 요구의 갈등을 추스르기 위한 어떤 행동이나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그냥 비켜서려 해선 안된다. 맞서거나 일련의 해소 노력을 펼쳐야 한다. 그냥 넘기다 보면 정신적인 다른 장애가 온다.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자신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에 저항하는 반응’이라 한 것이다. 그런다고 술에 중독되거나 약을 복용하는 등의 임시변통 수단은 치명적인 독이 되기 쉽다. 외려 더 큰 화근을 불러들인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수용하도록 설계됐다지만, 그것은 짧은 동안에만 유효하다. 사람이 겪고 있는 24시간 내내 정신없이 다그치는 스트레스가 위험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스트레스도 견뎌내노라면 그것의 축적으로 내성이 생기지 않을까. 학습이 서서히 성적을 올려놓듯이. 다만 스트레스는 오래 지속되지 않아야 한다. 다음 맞닥뜨릴 보다 큰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없으니까. 우리 몸에 그만한 조직적 장치는 돼 있는 걸 테니까.

나는 늘 스트레스 속에 있다. 늘그막인데도 항상 소소한 잡념 속이니 모를 일이다.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쑤셔대는 몸에서 가라앉을 줄 모르는 세상 풍파, 어려운 시국의 와중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좌와기거까지 노심초사다. 노년을 살아낼 한 움큼의 철학의 샘물이 어디 없을까. 지독히 목마른데.

그나마 내게 방책이 하나 있다. 나이 들어도 글을 쓴다. 때로 삼매경에 이르기도 한다. 내게 스트레스트는 적응해야 할 어떤 변화의 의미다. 내 생에 글을 내려놓으면 스트레스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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