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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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 정치부장

셔츠 단추들을 채우며 누구나 한 번쯤 잘못 끼워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실수를 알아차렸다면 얼른 풀고 다시 올바른 위치에 단추를 채우면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어긋난 곳에 단추를 채우다 보면 결국 모든 게 틀어져 버린다. 

바로잡는 방법은 모든 단추를 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단추를 끼우고 다시 풀면서 다짐한다. 다음에 잘 보고 끼워야지라고. 이렇게 말 그대로 첫 단추는 옷을 입을 때의 단추를 잘 채워야 하는 시작점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첫 단추는 새로 시작하는 일이나 과정을 뜻하기도 한다.

제주지역 대규모 외자 유치 1호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이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다시 채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당초 버자야리조트㈜가 서귀포시 예래동 일원 74만4205㎡ 부지에 2017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자해 1520실 규모의 콘도미니엄과 1093실 규모의 호텔, 메디컬센터, 박물관, 쇼핑센터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관광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추진됐다. 

지난 2013년 3월 현지에서 착공식이 열린 이후 147세대 콘도와 상가를 짓는 1단계 사업이 진행됐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2015년 7월부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필자도 착공식 당시 현장 취재를 갖던 기억이 있다. 대규모 외차유치 1호로서 주거·레저·의료 기능을 통합한 세계적 수준의 휴양형 주거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2년 만에 사실상 깨져버렸다.

일부 토지주들이 2007년 제주도 토지수용위원회와 JDC를 상대로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2015년 3월 ‘예래단지의 유원지 사업 인가 처분 무효’와 함께 ‘토지 강제 수용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예래단지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74만여㎡ 중 숙박시설과 상가 등 복합시설 비율이 51%로 계획돼 유원지의 성격을 벗어났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공공성이 요구되는 유원지에 영리 목적의 사업계획을 승인한 행정당국의 판단이 잘못됐고, 더불어 토지를 강제수용한 것도 잘못된 것이었다.

도민들의 주목을 받고 시작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사업은 사실상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워진 셈이다.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조정을 권고해 잘 못 끼워졌던 단추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무산되며 사업 둘러싼 갈등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제주도와 JDC가 수습에 나섰다.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전체면적의 30% 이내에서 관광숙박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유원지 특례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2016년 5월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부터는 JDC와 토지반환 소송을 제기한 토지주 측이 법원의 중재로 토지 재감정을 진행, 막바지 토지보상 합의 단계에 이르고 있다. 토지 강제 수용에 따른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잡고 있는 셈이다.

특히 JDC는 토지주들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 토지를 정상적으로 확보한 이후 새로운 사업 계획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첫 단추가 중요한 거야’라는 옛 어르신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고 다시 채우는 과정인 만큼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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