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와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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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연년생 아이를 키우고 있다. 정작 본인은 덤덤한데 주변에서가 걱정이다. 연년생은 쌍둥이 육아보다 힘들다며 너나없이 한마디씩 거드니 마음만 복잡해진다. 도와주지 못할 형편이라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딸애가 별 어려움 없이 육아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엄마 때보다 육아를 더 잘하는 것 같다며 딸에게 말했더니 “육아는 장비 빨”이라며 예사롭지 않게 얘기한다. 아닌 게 아니라 거실에는 기저귀 정리함, 수유 시트, 신생아 욕조, 역류방지 쿠션 등 육아용품으로 가득하다. 그러면서 수유 시트랑 신생아 욕조는 당근마켓에서 구매했고, 이 용품들 또한 육아 시기가 지나면 당근마켓에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 온라인 지역 생활 플랫폼이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이곳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거래자들 사이에서는 ‘당근’으로 통하며, 나 역시 몇 번 거래한 적이 있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일 수도 있어 판매도 하고 무료나눔도 했다. 그리고 필요한 물품을 무료나눔으로 받기도 했다.

그도 그렇지만 중고 사이트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혼살림을 장만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순간 내 안의 생각을 깨우는 그 문화적 충격이란…. 신혼살림은 새 제품으로만 준비하는 줄 알았는데, 알뜰하게 생활하는 그들의 전략적 소비에 감동했다. 아낄 때는 아끼고 쓸 때는 확실히 쓰는 젊은 세대들의 실속 있는 소비문화가 희망으로 다가온다.

중고 물품은 제품의 하자보다는 새로 이사하는 집과 제품규격이 맞지 않거나 필요 없게 됐을 때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제품들은 중고 거래가 아니었으면 폐기물로 처리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중고 거래가 제품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이 되었다. 제품 수명 연장은 신제품 수요를 줄이게 되고, 그 결과로 탄소를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모든 제품은 생산할 때 탄소 배출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고 거래는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환경적 이익을 가져온다. 모든 폐기물은 처리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요인을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가 중고 거래와 같은 재활용이 아닐까 한다. 재활용은 폐기물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어 자원순환 효과는 물론 친환경적인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이러고 보면 중고 거래자들은 물품을 사고, 팔면서 건강한 지구 환경을 위해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환경운동가가 아닐까 싶다. 사용할 수 있지만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친환경 활동인 것이다.

집 리모델링을 하면서 쓸만한 문짝이 나와 중고 사이트에 올렸더니 바로 구매자가 나타났다. 폐기물로 처리될 수 있었는데, 중고 거래로 새로운 가치 창출은 물론 처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얻었다. 중고 거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실천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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