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해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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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장

▲“벌초해수과?(벌초하셨습니까?)”

제주에서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안부 인사 중 하나다.

벌초(伐草)는 조상의 산소에 자란 풀을 제거하고 묘 주위를 정성껏 정리하는 소분(掃墳)의 의미를 담고 있다.

추석 명절(음력 8월 15일)을 앞둔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펼쳐지는 벌초 행렬은 진풍경이다.

마을 공동묘지, 볕이 잘 드는 명당을 찾아 모신 한라산과 오름 중턱 등 제주 곳곳 묘소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벌초는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된다.

가까운 4촌 또는 8촌 친척까지 함께하는 ‘가지벌초(가족벌초)’가 있다.

또 가문 전체가 모여 기제사를 마친 선대 묘 수십 기를 돌보는 ‘모둠벌초(문중벌초·웃대벌초)’가 있다. 직계뿐만 아니라 집안을 가리지 않고 모든 후손들이 참가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선대 묘들이 많아 자손들을 여러 패로 나누기도 한다.

▲제주의 오랜 벌초 문화는 속담을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쉽다.

‘추석 전이 소분 안허민 자왈 썽 멩질 먹으레 온다.(추석 전에 소분을 안 하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

‘식게(제사) 안 한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

‘멩질에는 안 와도 벌초에는 와야 한다.’

벌초는 자손의 마땅한 도리이다. 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잡풀이 무성한 ‘골총(骨塚)’이 되면 주위로부터 비아냥을 듣는다.

▲벌초는 이번 주말 절정으로 치닫는다.

직장 때문에 타지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일부러 휴가까지 내고 동참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매장(埋葬)에서 화장(火葬)으로 빠르게 바뀌는 장례문화, 핵가족화와 출향 등으로 늘어나는 벌초대행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벌초 행렬은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공동체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현대사회에서 벌초는 친척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힘들어진 세상살이에도 서로 덕담을 건네며 위안을 삼으면 좋을 듯싶다.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끼는 벌초의 계절을 기대해 본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예초기나 낫으로 인한 사고, 벌 쏘임 등 안전사고 주의보에 유념해야 한다. 벌초 후 음복(飮福)으로 인한 음주운전도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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