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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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불안 사회’는 독일 사회학자 란터만(Lantermann, E)의 저서다. 불안한 현대사회의 급진적, 광신적 경향을 분석하고 그 심리적 공통점을 탐구한 책이다.

요즘 우리의 삶의 터전도 ‘불안 사회’다. 길거리, 공원, 지하철, 백화점, 학교에서까지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다. 살인 예고 문자 퍼뜨리기에 모방 범죄까지 가세하며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한다. 이제는 누구라도 불만을 터뜨리며 위해를 가할 것만 같은 불안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묻지 마 범죄는 불만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타인을 희생양 삼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회적 테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차별 흉악범죄를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사회적 불평등이나 양극화 등 사회 구조적인 원인이 배제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현실 불만, 만성분노를 포괄하는 이상동기 범죄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제 치안의 초점은 이런 범죄에 맞춰지고 있다. 어쩌면 일반 시민들도 일상적으로 이런 범죄를 경계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가난과 사회적 편견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문제나 점점 늘어나는 외국인들에 대한 대책도 같은 맥락에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가는 이제 일상적으로 범죄와 전쟁 중이다.

범죄에 대한 불안감 말고도 개인적인 불안감에 대해서도 우리 한국인이 유독 취약하다고 한다. 우선은 고립 불안이다. 타인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것도 고립 불안 때문이다.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어.”와 같은 푸념도 유독 한국인들에게서만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집단에 속하면 외로움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집단 내에서도 외로움을 쉽게 느낀다. 그래서 집단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우리’라는 결속이 다시 필요하게 된다. 외국인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여길 ‘우리 엄마’, ‘우리 친구’, ‘우리 남편’ 같은 용어들을 습관적으로 쓴다. 잘 따져 보면 ‘우리 남편’이란 말은 얼마나 듣기에 민망한가?

요즘은 사람들 만나는 게 힘들다거나 싫다는 이들이 많다. 대면 교류만 않을 뿐 온라인으로는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내뱉는 불평이다. 온라인에서 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외롭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심리적 특성 때문이다. 그러니 외로움을 이겨내게 해주는 타인의 존재에 항상 예민하다. 남의 시선에 맞추며 사는 것이다. 남 따라 살고 있으니 뭘 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자존감 결여라고 한다. 심리학자 나다니엘 브랜든은 “많은 심리적 문제의 원인은 낮은 자존감 때문”이라고 했다. 비판에 민감하고, 불안과 우울, 결정 장애, 자신감 부족, 배우자 구타나 자녀 괴롭힘에 이르기까지. 자존감은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만족하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감정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자존감 회복이 불안에서 벗어나는 길일 수도 있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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