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의 옷은 김시종의 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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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개인전 ‘기억 샤워 바다’ 16일 개막

11월 12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기억 샤워 바다'전 개막에 앞서 15일 임흥순 감독이 주4김동일 선생의 옷과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기억 샤워 바다'전 개막에 앞서 15일 임흥순 감독이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고 김동일 선생의 옷과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항일운동가의 자손으로 제주4·3 당시 연락책으로 활동한 김동일은 1950년대 후반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제주인의 삶을 살았다. 평생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옷을 수집하고 엄청난 양의 뜨개 물품을 남겼다.

영화감독이자 시각예술작가인 임흥순 개인전 ‘기억 샤워 바다’가 16일부터 11월 12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과 로비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해바라기와 선착장 2023 김동일 컬렉션’ 퍼포먼스로 마련됐다.

개막을 앞둔 15일 전시현장에서 만난 임흥순 감독은 이번 전시의 시작은 임흥순과 김동일의 만남에서부터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2015년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전 ‘아티스트 파일:동행 2015’ 전시 준비를 위해 일본 도쿄에 사는 김동일 선생님을 찾아가 처음 만났다. 집 안은 온통 정리되지 않은 물건과 뜨개옷으로 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옷의 무덤 앞에서 임 작가는 ‘감당할 수 없었던 경험과 기억들이 흐트러져있고, 정리할 수 없었던 역사’를 느꼈다.

김동일이 자신이 겪은 역사적 아픔을 풀어낸 방식이 김시종 시인의 시 작품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김동일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2017년 김동일의 사망 이후 보통 유품은 태워 없애거나 하지만, 유품을 예술적 체험을 통해 나누면서 역사를 기억하고, 개인의 삶을 기억하는 방법을 택했다.

임 감독은 생태환경의 순환 속에서 함께 참여하는 실천의 한 축으로, 새로운 유품 나눔의 형식을 제안했다.

제1전시장에서는 임흥순 감독의 신작 영상 ‘바다’가 상영된다. 다양한 처지의 재일의 삶이 3채널 영상에서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며 만난다. 김시종 시인, 안영학 축구선수 등이 등장해 ‘재일’의 삶을 풀어낸다.

제2전시장 ‘옷의 바다’에서는 관람객들이 직접 김동일의 옷을 선택해 각자의 워크숍을 하도록 구성됐다. 제3전시장 ‘말의 바다’에서는 제주의 평화활동가, 생태관찰자, 대안적 생활자의 삶과 목소리가 초대됐다.

10월 6일에는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 학술심포지엄 ‘기억, 연결, 연대’가 진행된다.

임 감독은 “2017년 김동일 할머니의 49재에 자택을 방문했는데, 산더미 같은 옷 무덤 아래 놓여있던 오래된 사진들을 찾아냈다. 제주4·3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 아래 놓여있던 개인의 삶을 발굴한 느낌이었다”며 “햇살 빛나는 곳에 사진을 꺼내두고 싶었다. 이번 전시의 최종 목표는 김동일 선생님의 옷이 모두 나눔으로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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