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연결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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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동화작가

연결되지 않을 권리(the right to disconnect)는 없는 것일까?

뜬금없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모든 사회생활이 모바일 메신저와 연결되어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중 카카오톡 메신저는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를 공유하기만 해도 등록이 되는 편의성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가 되었다. 데이터 통신 기능은 물론 이용료까지 없는 메신저이다 보니 국민 모두 카톡 목줄(?)에 묶여 꼼짝 못 하는 형국이 되었다. 이 노릇을 어찌할 것인가? 편의성만을 찾는 인간들이 만든 불편한 진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류(時流)에 편승해 그냥 사용하면 될 일이지만 모바일 메신저 이대로 좋은가를 우리 모두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에피소드1:자녀 혼사를 직접 축하할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난 가급적 육성으로 소통하려는 습성이 있어 상투적 메시지보다는 통화가 더 다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방 목소리가 어색하다. 별로 나눌 말도 없는 마당에 그냥 단톡방에서 ‘축하한다!’ 하면 좋을 텐데 하는 불편함이 전화기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덩달아 나도 어색해진다. 통화가 불편한 세상이 되었다.

#에피소드2:공적으로만 사용해 달라는 주무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회 단톡방에 사적인 내용들이 올라왔다. 어디에서 받은 표창장은 물론 당신이 참가한 세미나 사진 등등 일일이 다 올려놓는다. 설상가상 최고라고 거기에 다시 댓글을 다는 메시지까지 가세해 ‘카톡 카카톡~’ 소리가 쉴 새 없다. 얼른 무음(無音)으로 설정을 변경했다. 공적 알림으로만 사용해 주십사는 주무관 부탁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에피소드3:새벽 시간 친목회 단톡방에 부고를 알리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40여 명 가까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 늦게 올리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20여 개가 넘는 댓글들이 경쟁하듯 연달아 달린다. 똑같은 메시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필자를 포함 댓글을 올리지 않은 10여 명은 고인의 명복도 빌지 않는 파렴치한 회원이 되고 말았다.

난 모바일 메신저 단톡방을 20여 개나 가지고 있다. 20여 개의 목줄(?)이 촘촘히 채워져 있다는 느낌이다. 방을 나가려고 하면 누군가가 다시 잡아당겨 나가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 왜 나갔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내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20여 개 목줄이 벗겨지는 그날이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국어를 모국어보다 더 잘 구사하기로 유명한 독일 기자 안톤슐츠는 모바일 메신저보다 이메일이나 전화로만 소통하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톡톡히 누리며 잘살고 있다. 원하지 않는 연결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벽에 찬 이슬이 내리는 걸 보니 곧 추분이다. 계절이 변화는 어김이 없지만 스마트기기들은 조석(朝夕)으로 변화하며 우리를 힘들게 한다.

오늘부터 스마트기기에서 잠시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들판에 나가보는 건 어떨까? 군락을 이룬 억새 무리와 갈바람을 타고 나는 새들 먼 산에 흐르는 조각구름이라도 보면서 잠시 가을 감성에 젖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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