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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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시인·수필가

바람 쐬며 일상의 쳇바퀴를 벗어나면 신나게 마련이다. 지난달 하순 2박 3일 일정으로 거제도를 다녀왔다. 막내아들이 부모님 모시고 하는 첫 여행이라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다. 여행 가이드 못지않았다.

출발일이 다가오자 아내도 설레는지 어떤 옷을 입고 무얼 준비할까 묻는다. 준비는 무슨, 간편한 옷 몇 벌이면 충분하다고 대답하면서도 마음 한 편이 아리다. 주름 깊어지는 나이인데 아내와 함께한 여행은 잠시 중국을 다녀온 게 전부라니, 이다지 여유도 멋도 없는 삶이었을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여행 기간엔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영화라도 즐기자고 기분을 다독이며 탑승한다. 다행히 김해공항에 내리니 날씨가 좋다. 아들이 렌터카를 운전하며 들녘을 지나 거가대교를 달린다. 첫 눈길로 마주하는 것들, 기억의 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내 첫 목적지인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이른다. 꽤 넓다. 야외와 실내 전시관들을 대충 둘러본다. 6·25역사관과 포로사상대립관을 보며 한국전쟁의 참상과 이념 대립의 무서움을 다시금 깨닫는다.

바닷가 리조트 거제 벨버디어로 향한다. 7층 객실에 여장을 풀고 사방을 바라본다. 몽돌해변과 잔잔한 바닷물결 그리고 산과 섬들 풍경이 ‘엄지척’하기에 충분하다. 4층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입점해서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아침과 저녁도 여기에서 즐겼다.

오후에는 거제식물원으로 향했다. 커다란 유리 돔이 인상적이다. 내부는 다양한 열대 수목들이 정글을 이뤘다. 석부작 계곡과 인공폭포 등 볼거리가 많다. 대부분 처음 보는 꽃들과 식물이라 찬찬히 바라보기엔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저녁엔 야외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이 꽤 많다. 튜브에 어린이를 태우고 물놀이하며 추억을 만들어 주는 가족들이 보기 좋다. 깊이가 어른 배꼽 정도여서 수영을 못하는 아내는 걸어 다니고 아들은 초보 실력으로 수영한다. 나는 평영과 배영으로 옛 실력을 뽐내 보지만 잠시뿐, 그래도 녹슬지 않았다고 아들은 추임새다.

이튿날은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의 기암괴석들을 구경하고 외도 보타니아에 들러 온·난대 식물들과 유럽풍 정원을 감상하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멸치 쌈밥 맛집에서 점심을 하며 일정이 빡세다는 아내의 말에 오후는 쉬기로 했다. 매표가 된 것이라 저녁엔 다시 요트 관광을 했다. 사방이 서서히 어스름에 묻히는 모습이 겸손을 배우게 한다.

마지막 날엔 파노라마 케이블카를 타고 숲 위를 지나 전망대에서 다도해 전경을 구경하고 노자산 정상에도 다녀왔다. 마지막 목적지 매미성으로 향한다. 태풍 매미로 바닷가 경작지를 잃은 한 주민이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16년 동안 쌓아 만든 집념의 성벽이리니.

소문난 두부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아늑한 집을 생각하며 김해공항으로 향한다. 아들에게 즐거운 여행 고맙다고 했더니 다시 모실 때까지 무릎 관리 잘하시란다. 긴 여운이 가슴으로 스민다.

인생은 여행,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하기를.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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