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미래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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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나라를 찾아온 탈북자들에 대한 조사과정이 있다고 한다. 조사관이 백지 몇 장과 필기구를 주면서 이제까지 살아온 과정을 자세히 기록하게 하는 과정이 있다고 한다. 흰 백지에다가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자세히 기록하는 일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삶의 현장을 찾아가서 확인하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의 진실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가면 해외여행 관련 정보들이 나와 있는데, 여행을 금지하는 위험 지역에 대해서는 검은색 4단계로 표시되어 있다. 그 다음이 붉은색 3단계인데 필자가 한 20여년 동안 수십 차례 방문했던 선교지가 3단계 지역이었다. 그런 지역에 교회를 세우려고 했을 때, 러시아 정보기관에서 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고르바초프의 고향인 스타브라폴 지역에 교회가 있었고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왜 거기에 교회를 세우려 하는지?’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약속 시간이 되었을 때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젊은 두 사람이 찾아왔는데 이것저것 묻고 대답하면서 조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꽤나 긴장해 있었는데 그런대로 평범한 분위기에서 조사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조사를 하면서 두시간 쯤 지났을 때 그들은 갑자기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사가 끝났다는 분위기였다.

겉으론 평온한 척하면서도 나는 긴장해 있었고 그들도 조사관처럼 질문하고 응답했는데, 갑자기 그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단한 음식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세 시간 반 정도 후에 조사를 마치고 떠나갔다. 엄격하게 진행했던 것은 아니지만, 두 시간 정도는 조사를 받은 셈이고 한 시간 반 정도는 평범한 대화를 나눈듯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의 조사가 그렇게 끝난 것에 대하여,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어리둥절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아! 그래서 그랬던 것이로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단한 조사과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꽤나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편하게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그들은 나에 대하여 원하는 만큼 충분히 파악한 듯이 보였다. 두세 시간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깨닫게 된 셈이다. 잠깐은 누군가를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거짓을 계속 감추어두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린아이의 거짓은 오래가지 못한다. 경제적인 거짓은 비교적 빨리 드러나게 된다. 정치 사회적인 거짓은 조금 더 복잡해질 듯하다. 종교적인 거짓은 보다더 까다로운 영역일 것이라 생각된다. 사회 전반에서 거짓에 익숙해진 만큼, 진실이나 진리에 대한 우리의 기대감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을 듯한다. 그렇지만 진실과 미래를 향한 관심과 열망이 어디선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우리의 미래가 조금은 더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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