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가족관계 바로잡기,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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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시인/4·3조사연구원

지난 7월 말부터 접수한 4·3가족관계 정정 신청 접수자 60명 중 16명만이 사실 확인서와 입증자료를 제출했다고 제주도는 밝혔다. 4·3 당시 부모의 사망이나 행방불명으로 출생신고나 입학 등을 위해 아버지의 형제나 친족의 자녀로 이름을 올린 유족들이 가족관계 정정을 신청한 것이다.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행안부는 뒤틀린 가족관계 배경 및 입증 자료로 족보와 묘비, 학교생활부, 가족사진, 진술 녹취록, 유전자 감식 자료 등을 제출 또는 증명하거나 4촌 이내 혈족이 있는 유족은 2명, 친족이 없는 유족은 이웃주민 3명의 ‘인우보증’을 받도록 하는 ‘가족관계특례조항’을 신설했다.

기대에 부풀어 가족관계 정정을 신청했지만 상당수의 유족들은 어려운 문제에 백지답안을 제출한 학생처럼 ‘4·3가족관계정정 신청’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물론 희생자와의 관계를 입증하는 증빙자료는 증거의 객관성과 진실성이 담보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시절에 누가 학교를 제대로 다녔겠는가.

게다가 가족사진이 있는 가정은 몇이나 되겠나. 녹취나 유전자 감식은 또 어떤가. 선대(先代)의 무덤을 파내어 입증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행방불명되어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던 유족들은 어쩌란 말인가.

하나같이 어렵다. 게다가 어렵게 입증 자료나 증빙을 했다 치자. 결정되는 과정 또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접수와 결정까지 무려 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4·3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추가신고를 받았다. 사망자 238명, 행방불명자 359명, 후유장애자 21명, 수형자 112명 등 총 730명과 유족 1만8763명으로 총 1만9493명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제주도는 빠른 시일 내에 사실조사를 마무리하고 ‘4·3실무위원회’를 매월 개최해 4·3희생자 및 유족심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심사기구인 ‘4·3위원회’는 매달 심사하지 않는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4·3위원회’ 전체회의는 1년에 고작 2회의 회의를 개최할 뿐이다. 실제로 4·3희생자신고 및 유족의 결정은 1년 또는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4·3으로 많은 희생이 뒤따랐지만 특히 대가 끊어진 집안에서 대를 이으려는 가족들의 노력은 사후양자를 들인 것만 봐도 눈물겨웠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후양자에 대한 해석의 문제 등 제적부에 미등재된 양자들은 4·3희생자 신고나 보상금 신청에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뒤틀린 가족관계 바로잡는 일이 녹록치 않음이다. 며칠 전 도내 언론 보도에는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 바로잡기 시행 본격’, ‘제주4·3으로 흩어진 가족관계등록부 바로 잡는다’ 등의 기사들이 보도되었다. 하지만 ‘가정법원 재판에 준하는 입증절차 필요’라는 또 다른 기사에 오래 눈길이 머무는 건 무슨 까닭일까.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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